술을 막 마시기 시작한 학창시절(절대 미성년자 땐 술을 마시지 않았음;;;).
당시엔 커피숍과 더불어 호프, 소주방이란 곳이 무척 성행했을 때였다.
돈도 못 버는 학생 주제에 왜 그리도 공부는 안하고 매일같이 술을 마시러 다녔었는지...
그 때 가장 만만하면서도 인기있었던 안주는 일명 쏘야, 소시지 야채볶음이 아니었던가.
골뱅이 무침이라는 강력한 라이벌도 있었지만 어릴적 도시락 반찬에 대한 오마주였을까?
쏘야는 만 원 미만의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고 맛있는 단골 맥주 안주였다.
생맥주 한 잔에 쏘야 한 접시를 놓고 사랑을 키웠던 그 여학생이 지금의 안방마님이란 것이
때론 눈물겹도록 아련함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쏘야는 맛있는 안주 그 자체였다.
내 기억에 8천원 짜리 쏘야 속에 가지는 없었던 걸로 안다.
시원하게 냉국이나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귀찮아서 쏘야로 급 선회한다.
몸에 별로 안좋아보이는 소시지와 몸에 좋은 채소들....
서로 상쇄를 하다보면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겠다.
굴소스로 달달하게 만들어볼까 하다가 쏘야엔 역시 케찹이.
굴소스와 케찹을 환상의 비율로 섞어본다.
곧 집 나갈 며느리도 뚝딱 만들어 놓고 나갈 수 있겠다. 이건 요리도 아냐.
여기서 나만의 뽀인트.
현란한 칼질로 완성된 깻잎채를 솔솔 뿌려 맛과 향을 더해준다.
내가 깻잎이나 양파 써는 모습을 아내는 가장 멋있어 함.ㅋㅋ
가지와 깻잎은 차가울 때 그 맛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철판에서 지글거리던 쏘야의 추억과는 조금 멀어졌지만
요즘같은 불볕더위에 잠깐의 불 앞에서의 수고로 뚝딱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시원하고 아삭한 볶음 요리를 맛볼 수 있지.
맥주도 한 잔 곁들이며 도서관보단 호프집이 더 친숙했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함께 더듬어 보고도 싶었지만 맥주란 게 마실 땐 시원한데
시간이 지나면 아, 열 받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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