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삼복, 그 처음을 알리는 초복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복날이라고 특별히 보양식을 챙겨 먹어야 하는 몸뚱아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먹고 지나가면 뭔가 손해를 보는 기분에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면 피식~ 하고 쓰러질 것 만 같아서 먹어야겠다. 보양식을....
복날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보양식이라면 삼계탕이 있겠지만
오늘은 조금 차원을 달리하여 오리를 먹는다.
사실, 안그래도 평소에 후라이드 치킨을 즐겨 먹는 터라
굳이 이 닭들의 수난시기에 나까지 동참할 필요는 없는 듯 해서
우리의 도날드에겐 미안하지만 닭대신 덕이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삼계탕용 재료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국산으로만 구성된 3인분 정도의 재료는 4천원 대 면 구입.
미리 끓여서 국물을 우려낸다.
역시 마트에서 구입한 1.6kg짜리 오리.
갖 작업한 국산 오리도 9천원 대라 웬만한 토종닭보다 저렴하네.
꽁지는 필히 제거하고 손을 깊숙히 뱃속으로 넣어보면 덜 제거된 내장도 나온다.
혹시나싶어 해봤는데 시뻘겋고 이상한 게 딸려 나와서 소스라치게 놀라 집어던짐.ㅠㅠ
암튼 깨끗하게 샤워제계 시키고.....
아껴 먹던 홍삼도 양보하고....
어짜피 내가 먹을 거지만....ㅋ
오리는 한 번 데쳐서 불순물과 기름을 대충 제거한 후 구기자도 듬뿍 넣어서 약재 우려낸 물과 함께 푹~~ 삶아준다.
사실 각종 한약재는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리 냄새를 잡는 역할이 더 크지않나 싶군.
약도 궁합이 맞아야 하는데 딱히 좋은 궁합인지도 모르겠고....ㅋㅋㅋㅋㅋ
참, 통마늘도 잔뜩 넣어주어야 하는데 젠장.... 맛있다고 다 마늘강정 해 먹는 바람에...
맛있는 거 앞에선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니....ㅜㅜ 걍 다진마늘로 해결.
오리가 넘 커서 이놈을 집어넣을 압력밥솥이 마땅찮아 되는대로 끓였는데
약불에서 오래 끓여주었더니 아주 잘 익었다.
여기서 요리를 끝내고 바로 먹어도 되겠지만...
하얀 국물의 고기요리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같이 사는 여자를 위해 조금 더 진도를 나아가야겠음.
애초 오리를 삶을 때, 불린 찹쌀을 반은 냄비에 깔고 반은 오리 뱃속에 넣어두었지.
그러면 이렇게 곧바로 죽이 완성됨과 동시에.
이렇게 쫀득한 찰밥도 완성!!!!
푹~~~ 퍼진 죽과 찰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나만의 비법.ㅋㅋㅋ
그리고 오리 고기는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따로 해체작업을 한 후.
깻잎, 대파와 된장, 고추장, 물엿, 참기름, 다진 마늘,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향긋하고 맛좋은 오리 고기를 완성하면 평소 오리는 안 먹어 하는 인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지.
자, 이렇게 해서 초복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찌울 오리죽과 오리고기 요리 완성.
소금하고 참기름 조금 쳐 먹으면 아오~~ 죽맛이 꿀맛!!!
예전엔 복날을 핑계삼아 평소 섭취하지 못했던 영양소로 더위를 이겨냈다지만
요즘처럼 영양이 넘쳐나는 상황에선 굳이 보양식이란 명목으로 특별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니 말이지.
그래도 우리 엄마들이 그랬듯이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서 특별한 보양식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 요거 싸 가지고 부모님한테 가서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아, 시간이 없네. 오시라니깐 귀찮다, 걍 사먹는다 하시고....ㅋㅋㅋㅋㅋㅋㅋ
21세기 현대 사회는 말야, 휴일에 영화 볼 시간은 있어도 부모님 찾아뵐 시간은 없는 법이지.
이놈의 시간 핑계는 계속된다 쭈~~욱!
암튼 우리 가족이 올 여름 건강하게 날 수 있다면 그건 도날드 덕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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