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해 먹기

[레드의 감성요리]성게알 냉이된장국

레드™ 2012. 4. 11. 08:40

 

 

 

 

 

 

 

봄이다.

 

내 마음은 이미 설이 지나자마자 봄이었지만

몸은 가을에 접어든 느낌이다.

뜨거웠던 청춘이 여름이었다면, 어쩌면 가을을 지나도 한참 지난 듯.

 

어쨌든 봄엔 봄나물을 먹어줘야 졸리지도 않고 기운도 난단다.

 

 

 

 

 

 

냉이다.

 

다듬고 씻기 제일 귀찮은 음식 재료 중 하나.

아무리 흐르는 물에 헹구고 또 헹구어도 모래요정 바람돌이 마냥 계속해서 모래를 뱉어낸다.

 

같이 사는 여편네가 냉이 산다고 시장에 가더니 냉이는 달랑(?) 2,000원 어치 사고

떡볶이에 순대, 호떡, 닭꼬치 등등... 엉뚱한 걸 더 많이 사왔다. 

하지만 달랑 2,000원이 아니었다.

커다란 검은 비닐 봉다리에 한 가득.

그거 다 씻느라... 아이고 팔,다리,허리,어깨,무릎이야~~~~~

 

 

 

 

 

 

아무튼 무침을 하려고 냉이를 데친 물의 향기가 하도 좋아서 버리지 못하고 육수로 썼다.

 

 

 

 

 

 

이 흉칙한 모냥새의 거시기해 보이는 물체의 정체는 성게알이다.

제주에 서식하며 물질하는 지인이 채취하자마자 얼려서 비행기를 태워보낸

따끈따끈(?)한 성게알이다. 귀하다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

 

 

 

 

 

 

된장을 한 숟갈 푼다.

약간 막장스런 된장이다.

 

 

 

 

 

 

표고칩이 있어 조미료로 쓴다.

 

 

 

 

 

 

보글보글 된장국물이 끓기시작하면 힘겹게 씻어낸 냉이를 한 줌 넣는다.

 

 

 

 

 

 

냉이가 파릇파릇 익어간다.

 

 

 

 

 

 

냉이가 질겨지기 전에 해동되다 만 성게알을 듬뿍 쳐넣는다.

 

 

 

 

 

 

뜨거운 맛을 보더니 알의 면모를 보여준다.

 

 

 

 

 

 

다 된 것 같다.

 

성게알은 보통 미역국에 넣어 끓이지만 생일도 아닌데 웬 미역국?이기 때문인데다,

봄이니까 냉이랑 합방을 시켜본다.

 

 

 

 

 

 

네 이놈! 냉이!!!!

 

 

 

 

 

 

아, 미칠 지경이다.

이 보드랍고 고소한 성게알.

급속냉동이라 제주 산지에서 먹는 맛이다....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제주도에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불가.

 

동태알, 오징어알 등 사람 알 빼곤 다 먹어봤지만 알의 지존은 성게알이 아닐까.

깊은 바다의 향이라기보단 꿈결같은 은은한 바닷내음이 봄냉이의 향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이 기가막힌 맛과 향을 위해 마늘, 파 등 일체의 향신료나 양념을 사용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일이다.

 

 

 

 

 

 

냉이 이 놈과 함께...

 

 

 

 

 

 

된장에 살살 무쳐낸 냉이나물도 살짝.

 

 

 

 

 

 

 

봄은 여자들의 치맛자락보다 식탁에 먼저 찾아온다.

울 마누라는 아직 반바지만 입는다. 스타킹이 있고 없고의 차이로 봄을 느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