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란밥
우리집엔 금송아지 말고도 밥이 있다.
계란이 있다.
고추절임이 있다.
남성의 상징.
살을 에는 듯 한 고통을 참으며 고추를 잘게 다져본다.
음... 너도 한 때는 고상한 자태를 뽐내던 고추였겠구나!
그릇을 꺼낸다.
그릇만 보면 사고싶어하는 나와 그릇만 보면 깨뜨려버리는 아내 사이의 합의점으로 구입한
다이소 버전의 3,000원 짜리 도자기 그릇. 다이소엔 정말 뭐든 다 있다.
그릇에 금송아지만 빼고 우리집에 있는 모든 것을 넣는다.
밥, 계란, 그리고 남성의 상징 다진 것.
약간의 참기름과 간장을 추가한 후.
젓가락으로 쓱쓱 비비면.
맛있는 계란밥이 탄생....
해야 할텐데 저 뽀글뽀글 거품을 보라.
원래 흰자 안익은 건 잘 안먹는데다
사진을 찍느라 밥이 식어버려 날계란이 그대로다.
흰자 안익은 식감은 정말...'웩'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문명의 이기, 마이크로 웨이브파를 자랑하는 전자렌지가 있다.
1분 30초를 돌린다.
먹을 것을 앞에 둔 배고픈 영혼에게 있어서의 시간이란
정말 1초가 한 시간 같다.
전자렌지의 경쾌한 종료 소리와 함께 재빨리 그릇을 꺼내 열어본다.
음, 스멜~~ 이거야말로 제대로 계란밥이다.
계란찜처럼 적당히 잘 눌러붙었다.
얼른 한 젓가락 떠본다.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되는 밥과 계란의 오묘한 조화.
상큼, 매콤한 고추절임이 주는 환상의 포인트.
계란밥은 그렇게 나의 나른한 오후에 봄 개나리로 노오란 수를 놓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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