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먹어 보기

통큰치킨이 사라진 그 후, 미쳐버린 파닭

레드™ 2011. 3. 4. 08:40

 

 

기억을 더듬어보면 파닭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지만 근래 특히 각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유명 프랜차이즈들도 너도나도 신메뉴로 파닭을 출시하고.... 그런데 먹어보면 대형 프랜차이즈 보다는 파닭만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업체의 것이 더 맛있더라구요. 그 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미쳐버린 파닭이죠. 미쳐버린 파닭은 114 전화번호 안내에서 뽑은 가장 황당한 이름이라고도 하는데요. 파닭이 미치는지 내가 미치는지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주문을 했습니다.


 

 

 

 

 

 

 

 

 

 

 

 

 

 

 

 

 

 

 

 

 

 

 

 

 

일종의 매운양념치킨인 핫부르와 간장치킨 세트메뉴입니다. 가격은 17,000원이고 여느 체인점과 마찬가지로 튼튼하고 간결한 패키지로 되어있습니다. 1,000원 쿠폰과 콜라가 함께 제공되구요. 치킨가격에 콜라, 무, 쿠폰 같은 부수적인 것들의 단가도 모두 포함되어 있어 일종의 강매와도 같은 존재라고들 하지만 막상 콜라, 무가 안따라오면 뭔가 아쉬울 것 같네요.

 

양념이 끼얹져있는 파채를 들추어보면 순살치킨이 살며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일단 먹음직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살이 실해보이지는 않아요. 육안으로도 튀김옷과 살점부분이 확연히 구분이됩니다. 튀김옷이 두껍다 할 수는 없지만 옆으로 많이 늘어져 나와있는 편입니다. 파는 막 썰어 올린 듯 매운 향이 그대로 남아있어 신선합니다. 매운양념과 간장양념 모두 부족함 없이 넉넉하고 파와 어울어진 향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맵진않았지만 마늘과 땅콩 등이 어울어진 맛은 만족스러웠고 간장양념도 특유의 마늘향이 꽤 입맛을 돋웁니다. 대체적으로 맛에 있어서는 불만이 없지만 문제는 고기에 있습니다. 씹어보면 눈에 보이는 것 처럼 얇은 튀김옷이 넓게 퍼져있고 살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어서

식감이 상당히 좋지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부스러기들을 모아놓은 것 같고 그나마 사이즈가 큰 것은 물론이고 작은 녀석들 역시 닭껍질에 튀김옷만 입혀져있는 꼴입니다. 때문에 부피에 비해 순살의 비율이 매우 적어 전체적인 양도 부족하고 먹으면 먹을수록 턱이 아파옵니다. 맛과 양,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 파닭의 경우 적은 양과 나쁜 식감 때문에 그 맛 마저도 좋지않은 영향을 주네요.

 

파값도 오르고 여러가지 원가적인 부분에서 상황이 좋을리야 없지만 통큰치킨 같은 절대적이고 위협적인 존재가 사라져서 일까요? 오히려 통큰치킨 사태 이전보다 더 안좋아진 느낌입니다. 대규모건 소규모건 동네 치킨집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이런 점이죠. 물론 매번 이런식의 치킨이 배달될 거라고 의심하진 않지만 일관되지 못한 제품과 서비스를 단순히 '오늘은 운이 없어서' 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씁쓸합니다. 프랜차이즈들은 통큰치킨하고 만 경쟁하고 프랜차이즈 끼리는 경쟁 안하나요?


 

 

 

 

 

 

시원한 캔맥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만 바닥이 드러날수록 눈에 띄는 튀김 부스러기들이 신경을 건드리네요. 옛날방식의 시장 치킨은 물론 수없이 많은 후라이드, 양념 치킨과 순살 치킨들을 먹어봤지만 이렇게 부스러기 까지 잔뜩 포함된 치킨은 처음입니다. 찔끔찔끔 많이 집어먹었는데도 저 정도네요. 마치 우동에 튀김가루 뿌린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될겁니다. 허름한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시켜도 이정도의 부스러기를 보내진 않았을 겁니다.

 

이 한 번의 경험으로 모든 동네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식을 결정지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하지만 결국 미쳐버린 파닭은 동네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한 불신감만 안겨주는 꼴이 되었고, 만족스럽지 못한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찍어야만 했던 아이러니한 순간을 연출하게 했습니다.

다시 주문할 일이 있겠나 싶네요.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요. 다른 동네는 이렇지않길 바랍니다. 

 

운이 없었던지, 아님 이 집이 오늘 바빴나봐요. --;;;

 

 

(애초 즐거운 맘으로 포스팅할 목적으로 찍은 사진이라 괜찮아보일지 모르지만 먹다보니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두껍고 딱딱한 튀김옷과 빈약한 고기, 푸짐한 부스러기들이 참을 수 없게 만들더군요. 먹다가 화가 나서 전화를 했더니 10,000원을 환불해주셨어요. 사실 반 정도 먹은 상태라 환불 받을 의도는 없었지만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확인해보시더니 사과와 함께 환불을... 하지만

미쳐버린 파닭으로부터 맘은 이미 떠나고....)


 

'미쳤다' 의 의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