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가서 먹기

장인이 한 장 한 장 구운 수제 패티, 한미식당 햄버거

레드™ 2011. 2. 16. 08:49

 

 

우리가 어릴 적 먹던 햄버거와 지금의 대중적으로 알려진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빵 대신 밥으로 만든 것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위 아래로 자리잡은 햄버거 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도 속의 내용물은 많이 다릅니다.

흔히 추억의 햄버거라 불리우는 것 들은 고기패티에 마요네즈와 케찹으로 버무린 양배추 정도가 전부이고 이따금 계란 후라이라도 하나 얹으면 꽤 푸짐해보였죠.

 

지금은 고칼로리를 자랑하는 각종 무시무시한 이름의 버거에서 부터 볼품없는 얇은 패티에 양상추 한 장 달랑 얹져있는, 성의없어 뵈는 버거 까지 참 다양한 햄버거들이 있지만 어릴 때 먹었던 그 햄버거만 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추억의 맛을 간직한 햄버거를 찾기란 쉽지않죠.



 

 

 

 

 

 

 

신 주소가 적힌 표지판만 없다면 정체성이 불분명한 어느 동네 같지만 분명 한국입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자리잡고 있는 미군부대 바로 앞인데요. 환전소, 모포가게 등 영어로 된 간판이 즐비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개발이 안되다보니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그 중의 하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빅 존스 레스토랑 또는 한미식당입니다.

빅 존스... 어감이 좀 거시기 해서.... 그래서 그냥 한미식당으로 하겠습니다.

 

 

 

 

 

코던블루 부터 함박스테이크, 돈가스를 거쳐 라면 까지....

와~ 딱 내스탈이야!

 

 

 

 

 

 

문을 밀고 들어서면 테이블이라고는 달랑 6개에, 그래도 예전 경양식집 정도를 예상했는데

경양식은 커녕 소파라도 한 두 개 놔두면 80년대 다방과 흡사한, 딱 그런 인테리어 및 분위기입니다.

일단 돈가스를 열심히 썰고계신 손님들이 눈에 띄네요.

 

 

 

 

 

촌스러워서 그래서 더욱 정이가는 인테리어.

증~말 촌스럽다.....

 

 

 

 

 

 

1980년 부터.... 30년이 넘은 레스토랑입니다.

각종 경양식 메뉴에 가격이 매우 착하고 재료도 돼지고기는 국산, 쇠고기는 호주산 등

바람직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미식당에 들른 이 날은 바로 얼마전 포스팅한 해물볶음국수의 황해해물탕집에 들렀던 날입니다. 국수에 밥까지 비벼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에, 멀지않은 곳에 맛있는 햄버거집이 있다는 조대표님의 꾐에 빠져 그만....

 

때문에 배가 부른 상태라서 간단하게(?) 햄버거(2,500원)를 주문했습니다. 



 

 

 

 

 

 

 

오~ 단순하지만 예사롭지않은 면모의 햄버거가 도착했습니다.

프렌치프라이나 피클 같은 친구가 없어도 햄버거 그 자체만으로도 아우라가 풍기는...

 

 

 

 

 

 

바닥엔 햄버거 패티가 깔리고 그 위에 양배추와 당근, 양파, 양상추가, 그리고 소스는 마요네즈와 케찹입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먹다가 확인해보니 샐러리도 들어있습니다.

샐러리는 독특한 작은 맛의 차이를 만들어 줍니다.

 

 

 

 

 

 

특히 패티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사용해 직접 만드는데 도톰히 씹히는 두께도 만족스럽지만

적당한 식감에 고기의 풍미가 상당히 좋더군요. 출처가 불분명한 부산물을 가지고 만든 쓰레기 패티는 물론 고급 수제버거는 논외로 하더라도 소위 스테이크로 까지 평가받는 버거'왕'의 패티도 범접하지 못할 달인 또는 장인의 맛이 느껴집니다. 다진 양파가 조금 섞여있고 간은 최소한으로 해서 고기 고유의 풍미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햄버거 패티가 아니라 단지 '씹기에 수월한 고기' 정도로 여겨지는군요. 

 

햄버거가 간이 이렇게 딱 맞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면서 절대 호불호가 갈릴 수 없는, 가장 일반적인 입맛을 완벽히 만족시킬 수 있는 햄버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정도면 이미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의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죠. 

 

과연 방금 해물볶음국수에 밥 까지 비벼먹고 온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햄버거를 직접 만드셔서 테이블 까지 가져다주신 사장님입니다.

SBS에서 찍자고 해도 안찍었다면서 부끄러워하시더니 카메라를 들이밀자 이내 멋적게 한 포즈 잡아주십니다. 30년 내공의 맛이 여기서 나온 것이죠.

 

달인, 장인이 따로 있겠습니까?

 

요즘 시기적으로 안좋기때문에 식당에서 돈가스 메뉴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죠? 여기도 크게 다르지않아 고기값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 메뉴를 없애거나 가격을 인상할 생각을 못 한다고 합니다. 오랜 단골, 또는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1980년 초 당시 가게의 빛 바랜 모습이네요. 빅 존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유난히 옛날식 햄버거를 좋아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같이 오지 못함을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그 맘을 꿰뚫어 보신 건지 조대표님이 햄버거를 싸주시더라구요. 햐~ 눈물이 앞을....

 

이미 식어버려 렌지에 넣고 돌려야했던 햄버거지만 아내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햄버거 하나를 뚝딱 해치웠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햄버거는 근래 처음이라면서....

 

 

 

따지고 보면 비싼 브랜드 햄버거도 많지만 굳이 수제니 무슨 버거니 하는 수식어 없이 그저 '햄버거'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한미식당 햄버거.

요즘 길거리 토스트 가격으로 레스토랑에 앉아서 서빙되는 제대로 된 장인의 햄버거를 맛본다는 것은 누구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언빌리버블, 어메이징한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