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가서 먹기

촌동네 허름한 집의 환상적인 볶음국수 <황해해물탕>

레드™ 2011. 2. 11. 08:40

 

 

Q.이게 뭘까요?

 

A.맛있는 거    

 

 

 

 

 

 

 

 

 

약목면사무소 바로 앞에 위치한 황해해물탕.....

아.... 이거 해물은 고사하고 문이나 열려있는 집인지 모르겠습니다.

첫인상=별로 안좋습니다.

 

 

 

풀렸던 추위가 다시 시작되고 아직 영화 <황해>에 대한 먹먹했던 여운이 채 가시지않은 어느 흐린 날 점심시간.

 

지난번 김천까지 고속도로를 탄 것도 모자라 칠곡군 약목면이라는 시골(?)까지 점심 먹으러 달리자는 <구미넷> 조대표님.

칠곡, 약목은 사실 구미 사람들에게는 같은 생활권 처럼 여겨지는 곳이지만 저 같은 외지인이 생각하는 시, 군 경계면은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라서 쉽게 맘이 가지도 않거니와 실제 찾아 가기도 만만치않은 곳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약목면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겠습니까. 김천 호박칼국수에서 쌓인 신뢰감 덕에 흔쾌히 따라나섰죠. 발렌타인데이 파티 준비로 바쁘신 <테라스5> 허이사님도 '숨은 맛집을 찾아서'에 역시 동참하셨습니다.

 

행여 이 글을 보시는 약목면 주민들에게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촌동네니 시골이니 하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이 글에선 좀 더 친근감을 표현하고자 사용합니다.


 

 

 

 

허름한 문을 밀고 들어서니 인테리어? 그딴 것 없습니다.

 

다행이 장사는 하는 집입니다만....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손님이 꽤 많습니다.

이 부분에서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화색이 돌죠.

 

'맛집인가보다.'

 

 

 

 

 

 

지나가는 손님이 정강이로 등을 찰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는 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덕분에 옆 테이블의 난생 처음 보는 분들과 자연스레 말도 틉니다.

 

메뉴판은 해물 일색으로 화려하네요.

해물의 구성이나 선도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가격 또한 매우 착합니다.

 

조대표께서 강추하신 해물볶음국수(5,000원) 3인분을 주문합니다.

주문하고 나서 둘러보니 손님들 죄다 같은 걸 먹고 있군요.

우리가 먹게 될 것도 저것이리라...

 

 

 

 

 

 

김치와 풋고추로 간단하게 차려진 반찬.

 

 

 

그리고 어디선가 엄청난 기운을 뿜으며 해물볶음국수가 도착합니다.

 

 

 

 

 

 

두둥.....

 

일단 이마트의 45cm짜리 피자를 봤을 때 보다 더욱 압도적인 사이즈에 국물이 찰랑찰랑 넘쳐 흐를 것 만 같은,

하지만 절대 넘치지는 않은 상태의 양과 커다란 접시? 쟁반?의 조화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듭니다.

 

옆에 수저는 비교용...ㅋ 

 

 

 

 

 

홍합, 오징어, 새우.... 이만하면 해물은 충분히 다 들었다고 보고,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것이 신선도도 뛰어나네요. 

당근, 대파, 양배추, 콩나물 등 감칠맛과 씹히는 맛을 관장하는 채소들도 넉넉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으로 막 뽑아낸 듯 한 면발. 이 국수가 일반 면이었다면

중국집의 쟁반짬뽕과 비슷하다 했을텐데 거의 칼국수에 가까운 면이라서

확연하게 차별화가 됩니다. 쫀득쫀득하면서 두툼한 면이 주는 입안의 쾌감은

면요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죠.

 

 

 

 

 

국물은 전분을 풀어 걸죽한데, 깊다기 보다는 살짝 쏘는 매콤함이 있습니다. 그 매콤함은 짬뽕과는 달라서

고추장 맛이 감도는 다소 토속적인 특징이 있네요. 걸죽한 국물임에도 불구 해장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해물볶음국수는 압도적인 비주얼에 비해 실제 양이 엄청나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이 집이 장사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인데요.

실제 양이 적은 건지 너무 맛이있어 양이 적게 느껴지는 건지 알쏭달쏭한 상황에서

손님 열에 여덟, 아홉은 공기밥을 추가하게 됩니다.

무언가 상당히 아쉽거든요.

 

 

 

 

우리 테이블도 다르지않아 좁쌀이 섞인 공기밥을 두 개 주문 및 투하했습니다.

 

 

 

 

 

쓱쓱~ 싹싹~

 

역동적인 손놀림으로 밥을 비비고 계시는 분은 조대표님.

이 시점에서 카메라 셔터소리와 침 넘기는 소리가 묘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찰칵~ 꿀꺽, 찰찰칵~ 꾸울꺽

 

 

 

많이 먹었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다는 착각속에서 쉴새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는 밥알들.

된장 찍은 풋고추와의 궁합도 일품입니다. 

 

 

 

 

 

분명 정성들여 만들었을 것 만 같은 호박식혜.

깔끔한 마무리로 방금 먹은 해물볶음국수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군요.

 

 

 

 

 

허름한 외관 부터 좁은 공간에 바글바글한 손님, 남다른 포스의 비주얼과 맛.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서비스....

맛집 맞습니다.

 

숨어있었던 건지 그동안 못찾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도 이렇게 멀리 찾아가 먹고온

보람을 느끼게하는 황해해물탕. 성격은 다르지만 영화만큼이나 오랜 여운을 남기는군요.

 

 

 

 

 

 

절대 들어가고 싶지않게 생긴 식당의 간판이라도 꺼진 불 다시 보 듯 잘 살피던지

아니면 내공있는 맛집 리스트를 꿰차고 있는 믿을 만 한 지인을 가까이 하던지....

오늘의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