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가서 먹기

엄동설한 고속도로를 달려 먹고 온 칼국수 <호박 해물칼국수>

레드™ 2011. 1. 26. 08:40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먹고 올 것이 따로있지 겨우 칼국수냐고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첨엔 그렇게 생각했죠. 

 

지방 벤처기업의 모범 <구미넷> 조 대표님의 추천으로 지방 외식사업을 선도하는 <테라스파이브>의 허 이사님과 함께 차를 고속도로에 올리고 김천을 향해 밟았습니다.

그렇게 남자 셋이 칼국수를 먹기위한 여정이 시작된 거죠.면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목적지는 김천 톨게이트를 얼마 벗어나지않아 위치하고 있는 <호박 해물칼국수>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호박 해물칼국수>에는 직장인들의 평균적인 점심시간을 살짝 벗어난 시간임에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 부터 나이 지긋하신 아줌마, 아저씨 까지 폭넓은 손님층을 엿볼 수 있었죠.

 

방이건 홀이건 이미 거의 만석이라 건물 외부에 어정쩡하게 마련된 곳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난로가 따로 있는데다 곧 그 자리들도 꽉 차서 전혀 춥지않았고 포장마차에서나 볼 수 있는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천막과 비닐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을 만끽하며 주문을 합니다.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마치 시장통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는 기분이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칼국수(5,000원)와 애피타이저로 꾼만두(6,000원)를 추가 합니다.

 

깍두기와 김치, 단무지 등이 차려집니다. 김치는 한접시 분량 만큼 미리 가지런하게 썰어놓은 채 비닐에 덮여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신속함은 물론이고 남은 김치를 재활용할 일이 없어 안심입니다. 특히 깍두기 맛이 새콤,달콤한 전형적인 해장국집 스타일이라 맘에 드는군요. 김치맛은 그냥 그래요.


 

 

 

 

 

 

칼국수에 앞서 먼저 이 군만두를 언급해야겠습니다. 언뜻 생긴 건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하찮은 군만두(전 그것도 좋아라 먹습니다만..) 처럼 생겼지만 일단 한 입 베어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적당한 두께의 쫀득한 만두피 속에서 육즙이 찍~튀어나올 정도로 신선한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있습니다. 처음엔 기름이 튀는 건 줄 알았는데 육즙 맞습니다. 부피를 채워넣느라 수고하는 당면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고기와 무말랭이, 부추가 한가득~ 그만큼 맛도 식감도 포만감도 만족스럽군요. 명절 때 만든 동그랑땡, 그것도 냉동식품이 아닌 집에서 고기를 갈아 만든 육원전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만일 이 군만두를 먹었더라면 그렇게 헤매지않고도 단번에 어느 집인지 찾았을 겁니다.  

 

만두의 선택권이 제게 있었는데 찐만두 보다 1,000원이 비싸단 걸 알았다면 주문하지 않았겠지만 메뉴판을 이제야 확인하게 된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계산하신 조 대표님께는 죄송스러운 일이라 유감이지만 말입니다. ;;;;;;;


 

 

 

 

자, 메인메뉴 해물칼국수의 등장입니다. 실망스러울 정도로 평범한 모습이죠?

김가루와 다진양념이 가니쉬의 전부. 게다가 다대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풍덩 넣어져서 나옵니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분은 알아서 건져내고 잡숴라.... 뭐 이런 의미의......;;;;;

 

 

그러나.....

 

 

 

 

  

건더기는 뭐가 들었나 젓가락으로 휘저어보니 물 반 고기 반인 호수에 그물을 던져 올린 것 처럼 굴과 홍합이 주르르 딸려나옵니다. 다 먹는 동안 끊임없이 존재를 확인하게 만드는 굴과 홍합은 굴짬뽕, 홍합칼국수 등 타이틀만 화려한 여느 면요리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푸짐함을 자랑합니다. 이 두 가지 패류만 가지고도 충분히 해물칼국수란 이름이 어색하지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워요. 껍데기만 남은 다이어트 새우나 오징어땅콩 과자에서 발라온 것 같은 오징어는 차라리 없는 게 낫거든요.

 

시원하고 담백함 만이 살아있는 국물도 해장하는 기분으로 먹을 수 있는데요. 부추와 살짝 푼
계란이 전부이지만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 칼국수 맛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흔히 말하는 옛날 칼국수 맛이 제대로 전해져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 그리고 결과적으로 <호박 해물칼국수>의 '호박'은 유래야 어찌된 영문이지 모르지만 그냥 상호에 불과했습니다. 호박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단......


 

 

 

 

저와 몇 번 식사를 하시더니 이제 손수 면발을 들어올려 촬영에 협조하시는 조 대표님.ㅋ

예전 보다 양이 줄었다고 애교 섞인 투덜거림도 잊지않으셨습니다. ^^;

 

면발 역시 요즘 프랜차이즈에서 맛볼 수 있는 굵고 쫄깃한 면발과는 사뭇 다른 비교적 가늘고

찰기도 없는 면발입니다만 이 점이 오히려 지나간 옛맛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후루룩 부드럽게 미끌어져 넘어가는 면발이 주는 입술 끝에서 부터의 행복감은 씹는 즐거움이 있는 면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죠. 마치 늦은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뚝딱 대충 내어놓은 것 만 같은 칼국수 한 그릇이 최근에 느껴보지 못한, 그 몇 배의 감흥을 전해줍니다.

 

 


 

 

 

요즘 프랜차이즈 칼국수에 익숙해진 입맛엔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반갑고새로웠던 칼국수였습니다. 오랜만에 체인점이 아닌 고유의 옛맛 칼국수집을 찾은 기분은 고속도로를 달려온 기름값과 통행료와 시간을 전혀 아깝게 하지않습니다. 물론 제가 낸 건 하나도 없지만요.^^;;;;;;;

 

끝으로 좋은 맛집을 깨우쳐주신 조 대표님과 동행해주신 허 이사님께 감사드리지만, 이집 칼국수와 꾼만두 자꾸 생각나면 어쩌죠? 고속도로 또 타야하는 건가요? 아줌마한테 교통비 빼달라면 빼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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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도 그닥 좋지않고 주차도 불편한데 손님이 많은 걸 보면 이유가 있더라....

 

드나드는 이 아무도 없는 이 짧은 순간의 컷을 위해 카메라를 겨눈 채

찬바람 부는 추위속에서 잠시 떨어야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