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가서 먹기

돼지고기가 팍팍! 감동의 돼지찌개, 와촌식육식당

레드™ 2011. 1. 21. 08:40

 

 

받아들이기에 따라 아름다운 이름으로 들릴 수도 있고, 거북한 이름으로 들릴 수도 있는 '돼지찌개' 고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지붕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에겐 푸근하고 푸짐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올테고, 고기와 담 쌓고 지내는 사람들에겐 생각만해도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이름입니다. 더 미화해서 지을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돼지찌개' 라는 단순하지만 '노골적' 인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그 대상(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명확히 하고 그들에게 더욱 강하게 어필하는 특징이 있는 것이죠.

고기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은 '돼지찌개' 라는 이름 자체만 가지고도 식욕이 돋고 돼지고기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품을 수 있게 되는 마력이 있습니다. 김치찌개에도 물론 돼지고기가 들어가지만 왠지 주인공은 고기가 아닌 김치라는 이미지가 더 크거든요. 돼지고기가 주인공인 찌개 '돼지찌개' 를 먹으러 모텔이 모여있는 동네에 막 오픈한 '와촌식육식당' 을 찾았습니다.


 

 

 

 

 

 

 

 

 

 

와촌식육식당은 구미시 봉곡본점이 있고 상모점에 이어 이번에 인동점도 오픈을 했습니다. 보통 '식육식당' 이라 하면 정육점인지 식당인지 구분이 안가는 곳이기도 했는데 이 집은 평범한 식당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우선 남은 반찬을 재사용하지 않는 다는 것과 100%국내산이 아닐시 매장을 통째로 양도한다는 문구가 눈에 확들어옵니다. 적당한 크기의 홀은 좌식과 테이블로 구분이 되어있어 취향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앉으면 되구요. 이른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꽤 많았습니다. 벌써부터 지글지글~ 여기저기 삼겹살을 굽는 테이블이 많고 이미 빈 소주병이 다섯 개나 있는 테이블도 있습니다. 교대근무가 많은 구미의 특성이 엿보이기도 하면서 강호동의 일반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드는군요. 삼겹살을 구워먹는데 동참하고 싶었지만 원래의 목적인 돼지찌개(6,000원/1인 : 2인 분 기본에 공기밥 포함)를 주문합니다.


 

 

 

 

 

 

 

 

 

 

 

 

 

 

 

 

기본적인 반찬이 차려지고 냄비가 불에 올려집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국물은 거의 없고 쑥갓과 대파, 양파 그리고 얼핏 버섯과 당면이 보입니다. 엉? 이게 뭐여... 할 정도로 돼지찌개와의 첫 대면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이내 얼굴에 화색이 돌게됩니다. 아주머니가 곧 오셔서 각종 양념을 넣어 능숙하게 볶아준 후 육수를 붓고 더 얼큰한 맛을 위해 다진 청양고추(선택)까지 넣어 마무리를 해주고 가십니다. 이제야 먹음직스러운 찌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군요. 하지만 아직 돼지고기의 모습은 보이지않습니다.

 

보글보글~ 어쨌든 고기가 다 익기만을 기다려봅니다.  꿀꺽~


 

 

 

 

 

 

 

 

 

 

 

 

오래 기다리지않아 드디어 맛을 봅니다. 대접에 밥을 덜고 고기와 국물을 넣고 말듯이 비벼봅니다. 아~ 일단 국물이 감동입니다. 육수와 대파가 빚어낸 진하고 깊은 맛과 마늘과 고추의 느낌이 생생히 살아있는 시원하고 얼큰한 맛에 속이 뻥 뚤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었고, 그럼에도 전혀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국물에 끊임없이 수저질을 하게 됩니다. 찌개가 분명하지만 탕에 가까운 감흥이 있는 국물이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요?

당면을 건져먹는 재미도 있고 쑥갓의 존재도 상당히 긍정적인데 무엇보다 돼지고기가 아주 푸짐합니다. 식육식당 답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껍데기가 붙어있고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적당한 앞다릿살로 추정되는 고기들이 먹어도 먹어도 냄비에 남아서 다음 수저질을 기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고기만 건져서 입안 가득 채워넣고 먹는 행복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돼지찌개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것과 달리 전혀 느끼하거나 냄새가 난다거나 하지않고 어릴때 양파와 고추장 정도만 넣고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돼지고기찌개 생각이 날 정도로 기대이상의 아주 맛있는 찌개였습니다. 김치찌개의 시원함과는 다른 돼지찌개만의 진하고 얼큰한 맛. 10년만에 최악의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었음에도 한 두 숟갈 뜬 이후로 내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였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요즘같은 날씨에, 또는 속풀이에 정말 안성맞춤인 찌개가 아닌가 싶네요. 이 날은 오픈기념으로 2인 분을 단돈 만 원에...

말그대로 '만 원의 행복' 이었습니다.

 

식육식당이라서 질이 좋은 반면 가격적인 부담이 적어서 이른시간부터 고기를 굽는 테이블이 많은 관계로 먹지도 않은 삼겹살 냄새를 옷과 머리에 간직할 각오를 하고 찾아야하는 부담은 있습니다만 식사 후 약속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또 짐승의 털이 푸짐하게 달려있는 옷을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또는 성능 좋은 페브리즈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꼭 들러서 돼지찌개 맛을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시기적으로 안좋은 때에 오픈을 한 식당이지만 요즘같은 때 일수록 질좋고 저렴한 고기를 제공하고 또 그만큼 많이 소비해주는 이런 식육식당의 활성화는 바람직하지않나 싶습니다. 

 

이제 이 집 찌개맛을 집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