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리지않아 드디어 맛을 봅니다. 대접에 밥을 덜고 고기와 국물을 넣고 말듯이 비벼봅니다. 아~ 일단 국물이 감동입니다. 육수와 대파가 빚어낸 진하고 깊은 맛과 마늘과 고추의 느낌이 생생히 살아있는 시원하고 얼큰한 맛에 속이 뻥 뚤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었고, 그럼에도 전혀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국물에 끊임없이 수저질을 하게 됩니다. 찌개가 분명하지만 탕에 가까운 감흥이 있는 국물이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요?
당면을 건져먹는 재미도 있고 쑥갓의 존재도 상당히 긍정적인데 무엇보다 돼지고기가 아주 푸짐합니다. 식육식당 답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껍데기가 붙어있고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적당한 앞다릿살로 추정되는 고기들이 먹어도 먹어도 냄비에 남아서 다음 수저질을 기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고기만 건져서 입안 가득 채워넣고 먹는 행복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돼지찌개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것과 달리 전혀 느끼하거나 냄새가 난다거나 하지않고 어릴때 양파와 고추장 정도만 넣고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돼지고기찌개 생각이 날 정도로 기대이상의 아주 맛있는 찌개였습니다. 김치찌개의 시원함과는 다른 돼지찌개만의 진하고 얼큰한 맛. 10년만에 최악의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었음에도 한 두 숟갈 뜬 이후로 내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였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요즘같은 날씨에, 또는 속풀이에 정말 안성맞춤인 찌개가 아닌가 싶네요. 이 날은 오픈기념으로 2인 분을 단돈 만 원에...
말그대로 '만 원의 행복' 이었습니다.
식육식당이라서 질이 좋은 반면 가격적인 부담이 적어서 이른시간부터 고기를 굽는 테이블이 많은 관계로 먹지도 않은 삼겹살 냄새를 옷과 머리에 간직할 각오를 하고 찾아야하는 부담은 있습니다만 식사 후 약속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또 짐승의 털이 푸짐하게 달려있는 옷을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또는 성능 좋은 페브리즈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꼭 들러서 돼지찌개 맛을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시기적으로 안좋은 때에 오픈을 한 식당이지만 요즘같은 때 일수록 질좋고 저렴한 고기를 제공하고 또 그만큼 많이 소비해주는 이런 식육식당의 활성화는 바람직하지않나 싶습니다.
이제 이 집 찌개맛을 집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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