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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틀릴 수 밖에 없는 사랑. 그 정답은? 오윤혜-사랑. 틀린이야기

레드™ 2009. 10. 1. 07:48

사랑, 이별...

뜨거운 여름이 지나자 그 화두가 다시 떠오릅니다.

 

사랑해보셨죠? 이별해보셨나요?

 

지금의 아내는 나의 첫사랑입니다.

그렇다고 이별의 아픔을 느껴보지 못한 건 아니지만

끝내 이별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을 경험해보지는 못한 것 같군요.

 

 

 

첫사랑에 성공을 해서 결혼에 골인을 했더라도, 그 긴 연애의 시간이

마냥 순탄치 만은 않은 법이죠. 다시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을 것 처럼

싸우고 헤어지고, 한 달 여를 연락도 없이 만나지도 않고...

먼저 전화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우연히라도 스쳐 지나기를 바라고.... 

그러면서 이별에 대한 두려움, 아픔을 어렴풋이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때 흘러나오던 노래들은 어찌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던지.... 

나와 아픔을 함께했던 변진섭,이승환,신승훈의 그시절 노래들은 아직도

내 맘속의 '불후의 명곡'들입니다.

 

방위건 공익이건 현역이건, 어떤 복무를 했던지 그것은 본인이 경험한

가장 힘든 군생활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는 더 힘들게 소위 '뺑이'를 치고 있겠죠.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제껏 살면서, 나름 사랑의 달콤함과

쓴 맛을 모두 경험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누군가는 더욱 쓰리고 가슴아픈 사랑에 괴로워하고 더 큰 사랑을 깨닫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랑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노래인데요.

 

최근 TV화면 가득 엉덩이를 흔들어 대며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반복해서 들려주는 소위 '걸그룹' 들 탓(?)에

한동안 감성적이고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노래들이 멀어져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해도 짧아지고 날도 아침, 저녁 쌀쌀해지니 이제 따뜻한 국물과 더불어 부드러운 팝 발라드 곡들이 생각나네요.

실제 몇몇 가수들에 의해 서서히 인기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구요.

 

 

 

 

                                        

 

 

뮤직 비디오:오윤혜-사랑.틀린이야기

 

강력한 파워로 각종 인기순위를 휩쓰는 노래는 아니지만 나름 숨겨진 실력파 가수의 노래입니다.

여기서 '숨겨진...' 이란 표현은 제가 만들어 낸 한정적인 의미의 표현일 뿐입니다.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최근 온라인 차트에서 순위가 급상승하여 10위권에 진입하자

매우 놀라워하는 소박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전 안타깝게도 오윤혜라는 가수의 이름을 처음 알았거든요.

3년 전에 발표했던 'I wish'라는 곡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걸 부른 가수가 오윤혜란건 이번 '사랑.틀린이야기'를

리뷰하면서 뒤늦게 알게된 것이죠.

오윤혜는 영화 '광복절 특사'에서 송윤아가 불러 히트한 '분홍립스틱'의 OST 원곡을 부른 가수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번에 새로 발매한 디지털 싱글 '사랑.틀린이야기'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노래를 들으며

참으로 오랜만에 사랑과 이별에 대해 생각에 잠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뮤직비디오에는 다소 생소한 마스크의 두 배우가 출연을 하는데요.

레이싱 모델로서는 유명한 '배혜령'과 신인 연기자 '이건욱'입니다.

특히 배혜령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가운데

그 아픔과 다시 돌아오길 바라지만 현실에 체념할 수 밖에 없는 복잡한 심경을

자칫 섹시하게만 비춰질 수 있는 외모로 비교적 훌륭하게 연기해 내고 있습니다.

노랫말에 맞추어 주인공이 약을 한움큼 털어 넣는 모습은 영상의 흐름 상

쌩뚱맞게도 약간 거슬리는 장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블루,브라운 톤의 화면과

초겨울의 스산해 보이는 배경은 노래를 표현하려고 나름 애쓴 모습이란 생각입니다.

 

배혜령 (사진:Daum이미지) 

 

하지만 뮤직비디오는 그게 전부입니다. 

굳이 노래와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MV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인정 받고 있는 분야인데에

아마추어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소품에 지나지 않는 느낌입니다. 발라드 곡에 있어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진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미려한 영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세련된 연출이나 새로운 시도 등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한 영상미(?)는 어쿠스틱한 노래 분위기를 위한 의도된 연출이었을까요?

 

 

 

 

가을을 더 깊이 물들이는 노래.

 

'사랑.틀린이야기'란 노래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지난 'I wish'가 상당히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헤어진 사랑을 잊지 못해 슬퍼하고 애타는 마음을 토해내 듯 표현했다면

이번 곡은 흔히 말하는 '절제된 가창력'의 극치를 보는 듯 했습니다.

곡의 내용은 헤어짐이란 소재로 둘 다 비슷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사뭇 다르게 느껴지네요.

 

마치 브레드의 'if'를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도입부로 시작하는 '사랑.틀린이야기'는  기타에서 나는 어쿠스틱한

플렛노이즈와 함께 웅장하면서도 차분하게 이별 후의 '지움'을 노래합니다.

잊어야 한다는 비장함과 다른 사랑을 앞에 두고 흔히 말하는 사랑은 정답이 아니었다는 나름

자조섞인 듯 한 분위기는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잠시 폭발을 하기도 하는데 'I wish' 와 마찬가지로

굳이 1절과 2절을 구분하지 않는 듯 한 자연스러운 흐름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오윤혜는 시원스럽고 파워풀한 가창력을 가진 동시에 여성 특유의 

섬세한 목소리를 겸비한 몇 안되는 매력적인 가수라 여겨집니다.

때문에 곡을 소화하고 전달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생각인데요. 

어찌보면 그것은 능력이라기 보다 감성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가사 자체의 활자적 의미 보다는 그걸 노래함으로써 얼마나 듣는 이에게

감성적으로 전해줄 수 있는냐 하는...

 이미 익숙한 'I wish'와 새로운 곡 '사랑,틀린이야기' 두 곡 모두 같은 장르,

같은 내용이지만 이 둘을 미묘하게 갈라 놓는 그녀만의 독특한 느낌에 충분히 빠져들어 봅니다.

 

오윤혜(사진:Daum이미지)

 

 

문득, 커피보다 진하고 쓴 사랑의 아픔이 그리워 지는군요.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