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난 말야.이런저런..

내 생애 절대 잊지 못할 맥주

레드™ 2009. 4. 25. 17:27

극한 상황에 처했을때의 경험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극한의 상황이라고 하기엔 좀 뭣하지만 군대에서 이등병때라면 그에 준하는 상황일 수 도 있겠죠.

FTC훈련이라고 공병출신들은 다 알만한 훈련인데 이등병때 강에 다리를 만들어 띄워 탱크를 건널 수 있게 하는

부교조립 과정이 있습니다. 한여름이었는데 그야말로 지옥이죠. 철모는 물론 허리에 찬 요대 하나 마저도

천근만근으로 느껴지는....  무거운 부교 자재를 운반 한 후 잠깐의 휴식때 모두들 수통에 물이 떨어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당시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재수없게 훈련에 포함된 선임병이 수통에 물 대신 맥주를 받아 온 겁니다.

자신이 한 모금 마시고 옆에 있던 저에게 건네줬는데 맥주건 소주건 뭐라도 받아 마실 기세였던 이등병 레드는

큰소리의 관등성명과 함께 두 손에 쥐고 있던 수통 속의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죠.

물론 그만 마시라고 뒤통수도 한 대 맞았구요.

 

 

 

한여름 뜨거운 땡볕아래에서 뛰어다니는 한 병사의 허리에 매달려 있던 맥주의 맛은 어땠을까요?

자판기에서 막 꺼낸 커피의 뜨거움은 아니더라도 미지근하다 못해 뜨거움을 느낄 정도의 온도에

김은 빠질대로 빠지고...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소변을 바로 받아 마시면 이런 맛일까요?

하지만 그 당시엔 "야~~맥주가 이렇게 달 수 있을까?" 하는 북받친 마음으로 들이키고 있었고

지금도 그 순간 보다 달고 시원한 맥주의 맛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갈증이 나면 무조건 맥주가 떠오르는 조건반사를 몸에 배게 만들었구요. 

 

이제 20년이나 지나버린 일이군요. 그 때 유일무이 다시 볼 수 없는 수통 속 맥주의 맛을 보여준

육군****야공단의 전ㅇㅇ병장님은 어디서 뭘 하고 계신지...  커다란 호프집 사장님이 되어있느건 아니지 모르겠네요.

 

그때의 지옥같은 훈련속에서 맛보았던 뜨거운 맥주는 그 어떤 비싼 냉장고 속에서 막 나온 맥주도 그 맛을 따라가지 못할것입니다.

아마 제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맛이 아닐까....

 

주말, 누구와 함께라도 좋으니 잊을 수 없는 맛을 찾아 떠나보시건 요리를 하시건 추억을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