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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누구입니까?

레드™ 2009. 4. 9. 12:39

 

 

여러분들의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누구입니까?

결혼을 한 저로서는 당연히(?) 제 아내(내 전부)입니다.

결혼을 하고도 아직 '엄마'를 1번으로 저장해 놓으신 분이 계신가요?

 

사실 저는 결혼 후에도 한참을, 자그마치 1년 동안을 단축번호 1번에 어머니(마마)를 그대로 두고 써 왔습니다.

첫째, 단축번호 순서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둘째,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1순위에 계신 어머니를

밑으로 끌어 내리는 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내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전 결혼 전, 아내와 15년을 넘게 연애하면서 휴대폰을 갖고있던 10년 동안 한번도

단축번호 1번에 올린적이 없었습니다. 커플폰을 장만해서 서로 만지작 거리면서도 말이죠.

 물론 아내도 그걸가지고 따지고 든적이 없습니다.

관심이 없던걸까요? '결혼하고 보자' 였을까요?

 

결론은 '결혼하고 보자'였습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않아 아내는 휴대폰 단축번호를 가지고 괜한 시비(?)를 걸더군요.

다짜고짜 1번에 누가 저장돼있냐고 말이죠.

전 별 생각없이 '엄마'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 날 이후 밥상에 반찬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레드의 막 해 먹기는 태동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아내의 자리였던 2번에서 슬며시 7번으로 옮기고 나서 위로내지는 변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7번이었던 제 동생은 얼떨결에 2번으로 순위 급상승.)

자기한테 항상 행운이 있으라고 7번에 저장을 했다고....

차순위 보다는 럭키세븐이 차라리 낮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차순위도 럭키세븐도 그녀를 위한 번호는 아니었습니다.

밥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결혼 후 약 1년 만에 아내를 No.1에 올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넘 오래 앉아계셨어요. 하나보단 둘이 덜 외로우실 거에요.'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속으로요. 

 

친정에선 둘째로, 우리집에선 아버지 다음으로 만년 이인자였던 어머니를 항상 일인자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던

효심 깊은 큰아들의 야망은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사실은 '너 마마보이냐?'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바꾸었습니다. 상처받기 싫어서요.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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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아내의 휴대폰에는 제 번호가 1번으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결혼 전 언제 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내는 이미 자기가 출가외인이 될거란 현실을 직시했던 걸까요?^^;;

만일 남편인 제가 아내 휴대폰의 1번이 아니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보통 처음엔 부모님을 그러다 연애를 시작하면 서로의 연인을 단축번호 1번에 등록시키죠?

결혼을 하면 서로의 배우자를....

특이하게 저희 직원 중에는 중국집 배달 주문번호를 1번에 입력 해 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 참.....--;;;

 

 

여러분은 휴대폰 단축번호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계신가요?

또 1번에는 누가 저장되어 있나요?

 

 

 

거래처 관리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휴대폰을 개통해서 주소록을 옮기다보니 문득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