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난 말야.이런저런..

★ 길거리에서 먹는 오뎅도 예의가 있다.

레드™ 2009. 4. 1. 08:55

 

길거리에서 오뎅을 먹다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칼질보다,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막 해 먹기보다 가끔은, 아니 솔직히 자주 길거리 음식들이 당깁니다.

 

퇴근길, 매번 차를 몰고 지나가면서 그저 바라보고 침을 흘리기만 했던 분식집 앞 가판대.

 

아내와 연애를 하던 학창시절, 용돈이 부족한 학생 신분에 이만한 먹거리도 없었죠.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그 맛과 추억은

깊어지는 반면 뭐 어려운 일이라고 들러서 사먹기가 참 힘드네요.  

며칠 전 직장 동료들과 우연히 들러 이것 저것 먹다가 주인 아주머니와 살짝 안면을 튼 후 마침 차 없이 걷던 중 오늘은 용기를 내

혼자 들러봅니다.  가판대에는 떡볶이와 오뎅 그리고 몇가지 빵류가 전부이지만 이 집은 분식집이라서 만두, 우동등 립아이 스테이크,

새조개 샤브샤브, 훈제 오리 같은거 빼고 웬만한건 다 있습니다. 

서서 꼬치오뎅 몇개를 먹으면서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한 번 밖에 안 본 아주머니에게 친한 척도 해봅니다.

손에 들고 있던 파우치에서 카메라를 꺼내니 이런걸 창피하게 뭘 찍냐고 부끄럽게 웃으시며 슬쩍 자리를 피하시네요.

이때다! 하며 다 먹은 오뎅 꼬치 한개를 숨길까 하다가 어딘가에서 노려보고 있을지 모를 CCTV가 생각나 이내 양심의 문을 엽니다.

 

초등학교 다닐때만해도 나무젓가락에 하나씩 끼워 팔던 오뎅이 한 개에 50원이었는데 이젠 꼬불꼬불하게 끼워져 있는 오뎅이

세 개에 1,000원입니다. 두 개에 1,000원하는 곳도 있구요. 그 땐 한참을 먹을 정도로 오뎅이 길어 보였는데 이젠 한입거리네요.

 

떡볶이는 파장할 시간도 아닌데 얼마 남지않은 것이 불어터져 보여서 안먹었습니다. 

 

그런데 양념간장은 정말 위생적으로 따로 덜어서 먹을 수 있게 했음 좋겠어요.
오뎅자체가 그리 싱겁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간장을 찍어먹진 않지만 그 양념장 찍어 먹는 맛에 오뎅을 찾는 사람도 있거든요.
요즘엔 뚜껑도 덮어놓고 그때그때 작은 종지에 덜어서 주는 곳도 있던데 아직 그렇지 못한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뎅 국물 먹는 분들도 옆에 국자를 놔두고 먹던 컵이나 그릇을 국물에 푹 담가서 떠 먹지않았으면...
그러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위생적인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겠죠?
먹고 난 자기 꼬치에 옆사람 꼬치가 섞이지 않게 잘 챙겨야하는건 필수구요~^^;;; 

 

 

이건 눈에 띄길래 먹어봤는데요. 고로케처럼 튀긴 빵 사이에 슈크림(커스터드)이 들어있습니다.

시각적으로나 맛으로나 전분이 많이 들어간 것이 좀 저급한 맛이지만 이게 더 좋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선..

계산을 하고  나서는 길에 네 개 2,000원어치를 포장.. 아니 싸가지고 왔습니다. 아내를 생각하면서...

안 먹을 줄 뻔히 알면서 말이죠. 결국 제가 다 먹게 됐지만 잠시나마 먹을것 앞에서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을 하고 뿌듯하게 생각해봅니다.

 

어묵에 뭐가 들었고 어떻게 만들고 몸에 좋으네 나쁘네 해도 이렇게 가끔 먹어주는 것 만으로도 지루하고 갑갑한 일상에서

지금 이 순간과 과거 어느 시점을 이어주는 재미난 매개체가 되는것 같습니다. 오뎅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