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스 브로스넌 이후 007 시리즈가 두 편이 상영될 동안
굳이 영화관을 찾지않았다. 제임스 본드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고 때문에 영화도 재미없어 보였다. 간혹 케이블에서
방송하는 카지노 로얄을 보긴 했지만 집중도가 떨어지니
진정한 재미를 느낄 시간도 없었고...
나에게 있어서 007 영화의 화려했던 시기는 로저 무어가
본드 역을 맡았을 때 였다. 사실 첩보원이라기 보단
플레이 보이에 가까운 그의 이미지였지만 당시 007영화는
몇 안되는 블록 버스터였던 것은 분명하다.
아직 블록 버스터라는 단어 조차 생소한 때였을 때...
이제 첩보 장르는 007 말고도 수준있는 작품들이 꽤 많아서
007은 나름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신기한 첨단 무기와
멋진 자동차, 매력적인 본드걸로 대변되는 이 시리즈가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와 견주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뭘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스카이폴은 그 나아갈 바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그 결과로 각종 영화평에선 호불호가
갈렸고 그런 점이 오랜만에 007을 보러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기게 한 기폭제가 되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여전히 영국 첩보원이라기 보다
냉전 시대의 KGB 요원을 보는 것 같았고 특별히 호감이 가는
인물형은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풍기는 사내였다.
이전의 제임스 본드에 비해 더 거칠고 차갑다.
올해로 007이 50주년이라는데 그동안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제임스 본드의 과거가 등장을 한다. 흡사 본 아이덴티티의
느낌이지만 정체성을 찾는 자아의 과정이 매우 스피디하다.
더구나 진지하거나 함축적인 의미를 포함하지않아서 무겁거나
부담스럽지않다. 액션은 거친 듯 유려하고 세련 된 듯 폭발적이다.
낮은 평점이나 혹평과 달리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23번 째 007은
상남자 스타일의 제임스 본드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영화를 보면 그의 어릴적과 연관되어 스카이폴의 직관적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델의 주제곡이 흐르는 오프닝은 가히 '50주년의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다.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등장 자체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했다. 아쉬운 면도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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