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영화보기

루퍼, 잘 버무려 만든 한 그릇의 전주 비빔밥

레드™ 2012. 10. 15. 08:40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크게 둘로 나누면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거나 스토리가 괜찮을 것 같은 경우다.

전자의 경우 어느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보기 때문에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후자에 있어서 기대했던 스토리가 실망스럽다면

시간 낭비, 돈 낭비... 본전 생각이 간절해진다.

 

루퍼(2012)는 내 기준이 아닌 주변에서 재밌다더라 해서 본 흔치않은

영화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광해의 경우도 그렇고

애초 생각없다가 입소문에 본 영화들이 꽤 성공적인 관람이 되고있다. 

 

 

 

 

 

 

 

 

 

 

 

 

루퍼를 보고있노라면 상당히 여러가지 종류의 영화가 떠오른다.

시간 여행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먼저 오래전 백투더 퓨처가 생각나고

나비효과라든지 소스코드, 터미네이터,엑스맨 등... 그리고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터도 연상이 된다.

물론 마이너리티 리포터에선 법이라는 틀에서 합법적으로 잠재적 범죄자를

처리하는 방식이지만 루퍼에서의 방식은 한 개인의 주관에 의한 행위일 뿐이다.

 

어쨌든 꽤 많은 영화가 떠오를 만큼 잡동사니를 모아 놓은 것 같지만

감독의 역량인지, 배우의 연기력인지 이것들을 나름 잘 버무려서

맛있는 비빔밥이란 결과물을 만들어 놓았다. 그것도 집에서 양푼에 대충

비벼먹는 비빔밥이 아니라 명품 전주 비빔밥으로.   -요즘 전주비빔밥은

맛 보단 가격이 명품이지만....;;;;

 

 

 

 

 

 

 

 

 

SF액션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우리 세대가 여전히 존재는 하고 있되

중심에서는 좀 벗어나있을 2044년이란 미래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화려한 비주얼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부르스 윌리스가

다이하드 같은 액션 씬을 펼쳐낼거라 생각하는 것 또한 오산이다.

단순하게 한바탕 총질을 선보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나

정적이라서 그 마저도 꽤 멋져보이고 스타일리시해 보이기까지 한다.

 

루퍼는 미래에서 온 자기 자신을 죽여하야만 하는 킬러의 운명과

바로 그 자기 자신 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리는 조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매우 감성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잠시 한눈을

판다거나 딴 생각을 한다면 영화 자체가 무지 지루해질 수 있다.

 

 

 

 

 

 

 

 

 

현재의 조를 연기한 조셉 고든 래빗과 미래의 조 브루스 윌리스에

감정이입을 해서 두 몸이지만 한 사람인 둘의 발자국을 따라가다보면

나름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조셉 고든 래빗은 인셉션이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배역에 걸맞는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미 영화를 감상했거나 볼 생각이 없는 경우에 만 스크롤을 내리세요.

 

 

 

 

 

 

 

 

 

 

 

영화가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면서 또 밥을 먹으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집에 도착해서까지 아내와 영화에 대한 토론이 끊이지않았다.

현재의 조가 자살을 함으로써 과연 시드의 레인메이커화를 막았느냐에 대한 문제로...

 

레인메이커가 눈 앞에서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후 악인이 되었다고 현재의 조에게 언급한

부분을 보면 그의 자살로써 모든 것이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초능력을 가진

시드가 악인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될 수는 없는 것. 그렇게 되면 조의 죽음이 결국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물론 루퍼에 대한 증오만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미래에서 조가 과거로 온 원인과 시드가 레인메이커가 되는 원인은 서로 맞물려 톱니처럼

계속 돌아간다.

 

아무튼 이 시간여행이란 주제는 정말 뫼비우스의 띠 처럼 끝이 없는 논쟁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놓고 저녁 늦게까지 다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