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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나이 40 먹은 마마보이 이야기

레드™ 2010. 5. 25. 08:40

 

 

 

아내는 40 먹은 저를 마마보이 라고 부릅니다.

 

마마보이란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대개는 그다지 좋지 못한 뜻으로 쓰이죠.

더구나 40 넘은 가장이 마마보이로 불리운다는 것은 치욕스럽기까지 한 일입니다.

아직도 그 나이에 엄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쌍한 인생 같으니라구....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이 저 역시 제 뜻과는 상관 없이 마마보이가 된 경우입니다.

 

명절이 됐건 무슨 날이 됐건 집엘 다녀올라치면 꼭 기름 값을 주십니다.

식구들 외식하고 나서 계산하려고 하면 그것도 빚이라고 카드 자꾸 긁지 말라면서 밥값을 주십니다.

이번 달에는 통화료가 많이 나왔을 것 같다면서 휴대폰 요금 내라고 돈을 부치십니다.

아내 생일이 돌아오기 며칠 전에는 그냥 넘어기지 말고 선물이라도 사주라고 또 돈을 부치십니다.

하나 있는 손녀, 철 바뀔 때마다  작년 옷은 유행지나 못입힐 거라면서 옷 사주라고 또 또 돈을 부치십니다.

친척 중에 혼례가 있어 참석을 해야 한다면 축의금 내라고 또 또 또 돈을 부치십니다.......

참고로 은행들은 우리 어머니가 지불하는 수수료 덕에 먹고 사는 겁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안그래도 빠듯한 생활, 이렇게 보태주시니 어깨가 한결 가볍습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들 뒷바라지 해줄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고 계신 어머니가 참 든든합니다.

도대체 그 돈들이 다 어디서 나오는지, 엄마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하나 들고 계신걸까요?

 

내 뜻과 상관 없는 마마보이라고 했지만 아내의 생각은 다릅니다. 

계속 받으니까 자꾸만 주시는 거다. 어머니가 돈이 어딨다고 그렇게 계속 받아내냐.

오히려 그렇게 자꾸만 주시는게 더 부담스럽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동안 어머니께 받는데 익숙해져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아버지는 왜 안주시지? 란 생각을 할 때도 있었으니까요.

정말 마마보이가 맞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난 어버이날을 기점으로 마마보이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용돈을 한아름 안겨드리려구요. 물론 그동안에도 틈 날 때마다 용돈을 드렸지만

어머니가 제게 주신 것에 비하면 껌 값이네요.

 

그런데 이를 어쩐답니까. 어버이날이 되기 전 어제 그제 외인들이 주식을 2조원이나 팔아먹는 바람에

우리 회사도 지금 타격이 말이 아닙니다. 당장 다음 달 직원들 월급 줄 돈이 걱정입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고 간첩도 광명이 있다고 아내가 전 날 봉투를 내밀더군요.

그동안 어머니가 보내주신 돈을 따로 모아 놓은 것이라면서.....

 

어버이날 아침에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는 그동안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온거냐 고....  

찾아가 카네이션 못달아드려서 죄송하단 말이 나올 줄 아셨던 어머니는 아마 깜놀 하셨을 겁니다.

그리고는 그 돈의 출처에 대해 밝히셨습니다.

 

"니들이 용돈하라고 준 돈, 한 푼 두 푼 모아 놨다가 주식해서 좀 벌었다" 

 

이런...  요즘 같은 개막장에 우리 엄마는 주식 단타의 귀재셨던 것입니다. 혹시 우리 회사를

상대로 한 작전세력의 구성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 이사진에 스카웃 제안을 심각히 고려해봐야 겠습니다. 

 

 

결국 그 돈이 그 돈이었고 앞으로도 그 돈은 계속 돌고 돌 것입니다.

 

용돈 하라고 드리면 당신 즐기는데 쓰지 않으시고 크지도 않은 돈 모아두었다

다시 자식에게 주는 어머니, 그 돈을 다시 모아두었다가 시기 적절하게 어머니를 드리는 아내.

우리집안에 고부간의 갈등이란 첨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시어머니는 시어머니고 며느리는 며느리다 라고 들 하지만요.

그리고 딸 같은 며느리는 없다고 하지만 정말 제 아내는 우리 어머니의 첫째 딸이고

아내에게도 시어머니, 어머니가 아닌 엄마입니다.

아들을 빼앗아간 여자와 아직도 아들을 품에 안으려는 여자. 이 두 여자 사이의 피 튀기는 대결....

그런 것 따위는 없습니다.

아무튼 전 참 행복한 마마보이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뭐하고 계신 거지?? --;;

 

 

 

 

 

 

 

 

 

어버이날, 부모님, 어머니, 아버지......

 

이맘때면 늘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고 눈물부터 나는 이름들 입니다.

가정의 달에 눈물나는 감동스토리도 좋지만 이 좋은 계절, 그냥 입가에 미소라도 지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우리집 이야기를 살짝 꺼내봤습니다.  

 

부모가 곁에 계시건 멀리 계시건, 또는 아주 멀리 계시건

어머니, 어버지가 우리 자식들을 생각하는 반 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효도를 한다고 해도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거 반도 못따라간다고 하잖아요.

그나마 그 반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5월이 다 가기 전 다시 한 번 뒤돌아보도록 해요. 

 

 

 

 

그나저나..... 엄마, 단타 치는 법 좀 알려줘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