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돌아다니기

2009 마지막 겨울바다, 해운대에서 그녀를 만나다

레드™ 2010. 1. 6. 08:21

 

새해 일출이 아니라 서산을 향해 지고 있는 2009년 마지막 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오륙도가 아닌지....

 

 

작년 마지막 날, 해운대 센텀시티에서의 계약 등 한 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부산에 출장 중이었습니다.

시끌벅적한 술집에서의 한 잔, 가족과의 오붓한 연말....이런 건 모두 제껴두고 마지막 날과 새해 첫 날까지

일에 매진해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기도, 혼자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뭐 이런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맡은바 일에 책임을 다하는 대중교통 기사분들이나 119, 경찰 등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요.

 

 

첫 번째 일정이 예정보다 일찍 일이 마무리 돼서 오후엔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춥긴 했지만 확실히 윗쪽보다는 따뜻해 오히려 상쾌했고 넓고 깨끗한 바다를 보니 스트레스가 파도와 함께 씻겨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도 아침부터 아내와 계속해서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일어났다..... 아침 먹는다..... 일 들어간다.... 일 끝났다.....  점심 먹으러 가야겠다.....

 

보고 아닌 보고를 하면서 연말 혼자있는 외로움을 달래고 있던 차. 해운대에 도착해서 동백섬을 돌아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즈음

눈 앞에 나타난 아내.

 

아내를 본 순간 어찌된 영문이지 궁금할 겨를도 없이 청승맞게 눈물부터 나오더군요.^^;;;;

 

부산에 머물고 있는게 뻔하니 무작정 부산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때그때 통화를 하면서 부산으로 오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해운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아내는 긴 시간을 달려 부산 시내에 들어와 있었구요.

혼자 쓸쓸히 연말을 보낼걸 생각하니 아마 자기도 서글펐나봅니다.

물론 남편이 출장지에서 딴 짓하고 있을까봐 살피러 오는 이상한 정신 세계....즉 의부증을 가진 여자는 아닙니다.ㅋㅋ  

 

 

바다로 향하는 모래사장인지 하늘로 가는 모래사장인지.....    멀리 보이는 아내의 뒷모습.

 

 

 

먼 바다를 보며 잠시 사색에 잠기기도..... 볼일 보는 거 아님. 바지를 안내렸잖아요.--;;;

 

 

뜻하지않게 아내와 함께 출장길에서 한 해의 마지막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괜시리 부부의 소중함??? 뭐 이런 것도 한 번 느껴보구요.ㅎㅎㅎ

애초에 함께 내려올걸 하는 후회도 들더군요.

 

 

비록 돌아올때 기름값과 통행료가 두 배로 들었지만 그녀가 있어 행복했던 출장이자 겨울바다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