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가서 먹기

긴 이름만큼 맛있는 본가부추해물손칼국수

레드™ 2009. 12. 16. 07:56

 

요리를 할 새가 없으니 맛집이라도 올려야겠단 절박한 심정으로 비는 오지 않았지만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칼국수를 특별히 좋아한다거나 비가 오면 칼국수를 먹어줘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있는 건 아닌데

이 집이 워낙 멀리 안드로메다까지 입소문이 난 곳이라 해서 출장길에 일부러 찾아갔습죠.

 

  

칼국수의 양이 많다고 경고하는 동행한 친구쉐리의 말을 무시하고 족발도 한 접시 주문하고 기다립니다.

 

 

겉절이가 나왔습니다. 짜진 않지만 양념이 무척 강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집의 칼국수는 따로 양념(다대기)이 나오지 않는데 이 겉절이를 국물에 한 번 휘돌려주면

양념을 푼 것 저리가라로 국물이 빨개지면서 엄청 얼큰한 국물로 변신합니다.  

벌컥벌컥 들이키면 해장이 따로 필요없을 듯.

 

 

정말 소담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겉절이죠? 양을 넉넉히 담아주시니 더 추가할 필요성도 못느끼겠더군요.

 

 

족발이 먼저 나왔습니다. 발톱 위주의 미니족발이라서 살코기보다는 콜라겐 듬뿍 껍질이 많습니다.

넘 바람직해요~ㅎ 

안그래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출장이 길어져 크리스마스 마저 솔로로 지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주름살이 두 개 정도 늘어난 것 같은데 이때다 싶어 막 먹어줍니다.

 

아~ 광화문 스노보드장보다 매끈하고 팽팽하진 내 피부...

 

 

야들야들~ 쫀득쫀득~ 

특별히 곁들일거라고는 새우젓 정도지만 별다른 양념 없이도 입에 쩍쩍 달라붙는 족발 맛이 일품입니다.

칼국수와 족발.... 좀 쌩뚱맞지만 칼국수를 기다리는 시간이 절대 지루하지 않은 애피타이저입니다.

 

 

자~ 함지박만한 그릇에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위에 푹 꽂혀있는 건 숟갈이 아니고 손바닥 만한 국자입니다.

국자가 친구쉐리 방향으로 향해있어 서빙하신 아줌마를 한 번 째려봐줍니다.

 

 

젤 먼저 눈에 띄는 통오징어와 새우, 그리고 엄청난 양의 바지락이 듬뿍 들어있고 부추도 몇가닥 보입니다.

부추 몇 가닥 때문에 부추칼국수가 아니고 부추를 넣고 반죽한 면 때문에 부추칼국수인가 봅니다. 

2인분이라서 오징어 두마리 새우 두마리가 들어있고 바지락은 정확히 2백 서른 다섯 마리.....

바지락과 면발의 갯수는 세어볼 수 없었습니다.

 

 

일단 오징어를 가위로 잘라 초장에 찍어 먹고 바지락도 쏙쏙 빼서 찍어먹고...

냉동에서는 느낄 수 없는 팔딱팔딱 뛰는 조개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 조개는 안뛰나요??^^;;;;

 

 

부추향이 솔솔 나는 쫀득한 면발이 일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된 해물들이 생물이라 굉장히 싱싱하고 식감이 좋습니다.

발라 먹기도 귀찮은 찌질한 바지락으로 구색만 갖춘게 아니라 알이 굵고 실해서 많은 양임에도 불구

끝없이 까먹게 되는군요. 살짝 먹기 좋게 익혀 신선한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국물 또한 진하면서도 깔끔한

조개국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네요. 보통 칼국수가 염분이 많은 음식으로 꼽히는데 조개육수를 진하게 우려내어

짜지 않으면서도 간이 잘 맞는 국물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족발에 푸짐한 칼국수에... 배가 부풀어 올라 배꼽이 톡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사나이 체면이 있지....

끝까지 먹어 주었습니다. 바지락 껍데기 뒤집어 가며 확인 사살까지 하구요.

남김 없이 먹어주는 것이야말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준 분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자 예의가 아니겄습니까? 

 

 

  

칼국수 가격은 절대적으로 싼 건 아니지만 음식의 내용에 비하면 착한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슷한 가격에 코스로 데쳐먹고 싸먹고 볶아먹는 칼국수도 있지만

정말 제대로 한 그릇 먹었다는 충만감은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줄서서 기다렸다 먹는 다는 소문에 일부러 밤 늦은 시간에 찾아갔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기 번호표입니다.

추위에 벌벌 떨면서 기다려도 저거 하나 들고 있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미 간판 불은 꺼지고....

소문 듣고 찾아가지 않았다면 과연 이 모습을 보고 굳이 들어갔을까 싶습니다.

역시 사람이건 맛집이건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비가 오건 안오건 생각나는 칼국수집, 흔한게 칼국수집이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본가 부추해물 손칼국수'였습니다.

아, 위치요? 대전광역시 대덕구....무슨 동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탄진 하면 다들 아시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