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영화보기

침을 꿀꺽 삼킨다는 것... 아내와 본 미인도.

레드™ 2008. 11. 23. 22:13

 

 

 

왜 야한 장면에서 침을 꿀꺽 삼키게 될까.

 

사람은 긴장이나 흥분을 하게 되면 체내의 삼투압이 높아져서 심장박동수가 늘어나고 혈압이 높아져

침샘에서 침이 많이 나오게 된다고 한다.

원래 눈을 깜빡이는 것과 같이 침도 무의식 중에 삼키는건데 워낙 야한장면에 정신 못차리고 몰두 해 있다가

어느순간 침이 너무 많이 고이면 그제서야 의식을 하고 침을 삼키는 건데

그게 양이 많다 보니 꿀꺽~하고 삼키는것이 아닐까. 

 

 

  

미인도.

보는 내내 침 삼킬 일이 참 많았던 영화. 그것도 로~~~옹 타임으루...--;;;

 

미인도의 야한장면, 즉 정사씬이 이 영화의 모든것을 말해준다던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가려버리면 곤란하지만 노출장면, 정사씬을 빼고

이 영화를 이야기한다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그만큼 이런 장면들의 비중은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웅성웅성거림, 속닥거리는 소리에 팝콘 씹는 소리, 바닥이 들어난 콜라를

쭉쭉 빨아대는 소리가 들리다가도 야한 장면에선 정말 찬물을 끼얹은 듯

장내가 조용하다 못해 아주 고요~해진다. 약속이나 한듯이....

 

가끔 아내와 오랜만에 극장에 오신 중후한 신사분의 멋쩍은 큰기침 소리는

그 정적을 깨기도 한다.

 

자....침 삼키는 것은 커녕 눈 깜빡이는 것도 잊고 장면에 몰두한다.

이 순간 만큼은 어제 하한가로 장을 마친 주식이나 다음주 카드값 막을 걱정따위는

안중에 없이 팝콘이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스크린이 뚫어져라 레이저를 쏘며 응시한다.

그 팝콘마저 내것인지 확실치 않다.

 

문득 의식하지만 정말 조용하다.

 

그 와중에 입안에 고여있는 침을 삼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뿐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을 요한다.

 

장면의 흐름에 따라 배경음악이 흐른다.

장면이 격정적이거나 클라이막스로 향할 때 그 음악 역시 덩달아 격해진다.

기회는 이때!  그동안 아끼고 아껴 모아 놓았던 침을 한번에 삼킨다.

 

"꿀~꺽!!!!"

 

그리고는 반사적으로 옆의 아내를 슬쩍 쳐다본다.

음....아내 역시 내가 쳐다보는지도 모를 만큼 몰입해 있다.

 

아무도 들리지 않게 침을 삼켰다는 희열감은 지금 보여지는 스크린의 장면만큼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극장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대개 방금 본 영화를 이야기하게 마련이지만  '야한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은

"이제 어디갈까?", "밥 뭐 먹지?", "내가 차 문 잠그고 왔나???"....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아....물론 나도 그런 사람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저녁 먹고 들어갈까? 뭐 먹지? 내가 쏠께....히히."

 

아내도 이제야 입을연다.

 

          "침 삼킬때... 좀 안들리게 삼키지???   응???"

 

 

 

그렇다. 그랬던 거였다. 그 "꿀꺽"이 다 들렸던 것이다.

순간 난, 아내 말고 내 옆자리에 누가 앉았었지???하고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아~창피해....

 

근데 뭐 누구나 그런것 아닐까?

 

영화 '미인도'는 신윤복의 그림에 대한 성찰 보다는 야한장면의 19금 영화를 모처럼 극장에서 보고 나온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준, 한 해가 가기전 마지막 영화였다.

"왜, 무엇이 당당하게 볼 수 없게 만드는걸까?" 

 

 

일부 이해할 수 없는 애정행각이나 롱샷으로 끌고가는 애정씬은 지나치단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사랑을 시각적으로만 표현할게 아니라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조금만 더 표현 해주었다면

설득력있는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남겨본다.

어쨌든 이 비수기에 19금 영화가 벌써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니 설득력보다는 파격(?)이 성공을 향해가는

지름길임을 암시하고 있는것 같다. 

  사진:Daum영화 스틸컷-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이미지권리는 영화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