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라면에 내리는 교지
내 한 때는 능글맞은 너구리의 꾐에 넘어가
너를 멀리 하였으나
건데기 스프에 동결건조 홍합살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다시마의 허리사이즈가 슬림해 지니
예전의 너구리 맛이 아니더라.
그러매 여기 저기 새로운 라면 맛을 찾아 헤매이다
너구리의 아류작 오동통을 만나보니 이는 청출어람이라.
면발의 탄력은 너구리를 능가하니 과히 짐의 입맛이거늘
쉬 길들여짐은 쉬 실증난다 하였던가
내 오늘 오랜 벗 신라면을 다시하니
남산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변함없는
너의 지조에 과인의 경솔함을 크게 뉘우치며
내 항시 너를 내 처소에 머물도록 하니
깍두기와는 시기와 질투를 멀리하고
늘 한결같은 맘으로 짐의 입맛을 받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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