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난 말야.이런저런..

★★ 아직도 생각나는 결혼식 때 뷔페 음식들...

레드™ 2008. 3. 7. 18:08

결혼기념일이 점점 다가온다.

 

수년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혼식을 올린 날이다.

오후 1시 30분 타임인가...아마 그랬을거다.

난생 첨 해보는 결혼식이었지만

그동안 수 차례 결혼식 구경을 했고

옆에 서 있는 와이프 될사람도 십수년을 보아오던 터라

긴장이 된다거나 떨린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단지 첨 해보는 메이크 업이 얼굴에 마스크 한장 씌워 놓은것 처럼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 당시 주례사 짧게 하는게 유행(?)이었건만

우리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어찌나 하실 말씀이 많았는지

일장 연설을 30분 가량 늘어 놓으시고

처음엔 집중해서 그 말씀을 하나하나  새겨듣다가

이내 잡생각들이 뇌리를 스치며 결국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좌중을

불안 내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원래 더위를 잘 타는 이 신랑은 아랑곳 하지않고

뜨거운 조명을 기관총처럼 쏘아대며  마치 행위 예술가인양 어색한 몸짓으로

얼굴과 몸을 훑어대던 비디오 기사 아저씨.

아직 봄이었건만 이마에선 땀방울이 하나둘씩 흐르고

계속 쏘아대는 조명과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주례사를 원망하며

부동자세를 깨고 땀을 닦을 기회의 순간을 포착

면장갑을 낀 손을 재빠르게 들어 올려 땀을 한방울 훔쳐내고 나서

회심의 미소를 속으로 지어보였으나 

나중에 비디오 돌려보니 그 장면이 떡하니 찍혀있더라.

 

암튼 어찌어찌 결혼식을 마치고

식사중인 하객에게 인사하러 가는 차례.

와이프는 어디 시상식에나 입고 갈 법한 영화배우용 드레스로 갈아입고

테이블 주위를 돌며 인사를 하러 다니는데

하객들은 안보이고 차려진 음식들만 보이더군.

 

하긴 오후 예식이었지만 아침 9시부터 도착해서 준비하다가

점심 때도 놓치고 식이 끝나고 나니 배가 고플 수 밖에

 

인사를 마치고 나도 좀 먹어볼까 하는데

이미 식 전에 먹은 하객이 대부분이라 이제 다음 예식 하객들 받는다고 음식 정리하고

밖에선 친구 녀석들 카퍼레이드 한다고 어디서 똑같은 차들만 주욱 끌고와

출발한다 하니 후딱 옷갈아 입고 엄마,아빠한테 손 흔들고 그길로 출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음식들이 요즘 잘나가는 씨푸드 뷔페 저리가라였던것 같다.

어찌나 맛있어 보였던지....

 

아직도 그 때 한 서버가 들고가던 빨간색 데코의 조각케�은

잊을 수가 없고 그거 한조각 못 먹어본게 평생 한이 된다고

와이프에게 입버릇처럼 되뇌이곤한다.

 (그럴때마다 와이프는 2마트에서 990원에 사온 보름달 짝퉁

  대보름이나 (쳐)먹으란다.

  세개가 들어 있는데 내가 두개 반은 먹고 와이프는 크림 없는쪽만 먹는다.)

 

이후 다른 사람들 결혼식가면 그때 못먹은거까지 뽕을 뽑는다고

딴사람들 다 나갈 때까지 홀을 지키고 먹는다.

 

결혼식 철이 다가온다.

 

人倫之大事(맞나??)  결혼식이라고는 하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 여러분

밥은 꼭 먹고 합시다.

신부들은 배 튀어나온다고 안먹겠지만...

먹어라.  다들 임신한걸로 여길것이다.

 

왜 그때 짬을 내서 먹질 못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