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날 저녁.
가스렌지 위 뚝배기의 뚜껑을 열어보면....
찹쌀밥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영계가 들어있어요.
팔팔 끓여 한 상 차렸습니다.
직접 담가 고추장에 무친 마늘장아찌도 소개 안시켜주면 섭섭해요.
곱디고운 자태로 누워있는 영계.
뜯어줍니다. 맛있게....
시원하게 맥주도 한 캔 곁들이고....
찰밥도 건져 먹고....
닭가슴살은 따로 찢어서 남은 국물에...
이건 아내 거 남기는 겁니다. --ㅋ
처참한 잔해들 앞에서 복날 죽어나자빠진 수많은 보양식들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아, 역시 나도 이기적인 인간.....
복날 저녁에 퇴근해서 혼자 먹은 영계백숙이에요.
물론 점심에 직원들과 삼계탕을 한 그릇 씩 사 먹었지만 삼계탕이나 백숙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는
분명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전날 미리 하나 사다놨죠. 날도 더운데 퇴근해서 닭 사다가 끓이자니 얼마나 귀찮습니까.
일요일엔 처가에서 우리집에서 다들 닭 먹으러 오라고 하시는데
귀찮기도 하고 어느 한 쪽만 가기도, 그렇다고 양 가 다 가기도 그렇고해서 기름값이 더 든다는 핑계로 안갔거든요.
이거에요. 사온 영계백숙.
2마트를 한바퀴 돌다가 발견한 엄나무 영계백숙.
값도 식당에서 먹는 삼계탕 반값이네요.
간편 가정식....--;
간편하긴하네요. 맛도 괜찮고 고기도 살살 녹고....
결국 아내는 거들떠도 안보고 닭가슴살 찢어 넣고 밥 더 추가해서 끓인 닭죽도 혼자 다먹었네요.ㅎ
중복땐 일찍 퇴근해서 토종닭으로 백숙 끓여줄께... 하는 아내,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괜찮아, 돈만 만이 벌어오면 그깟 백숙이야 안먹어도 기운나지.....^^;;;;;;;;
곧이어 날아오는 닭발펀치!! 퍽!!!! 쌍코피 찍! ㅠㅠ
혹 맞벌이 하시는 분들, 복날엔 간편하게 사먹어도 괜찮아요.
아님, 포장지 안보이게 잘 버리고 애써 끓인거라고 생색 내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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