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핏빛 상영관, 하지만 내용은 그렇게 으스스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박쥐의 모습으로 살거나 관속에서 일어나 여인의 흰 목덜미를 깨물어 연명하는 흡혈귀, 또는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영화에서는 진부한 고전처럼 되어진지 오랩니다.
최근 영화에서 보여지는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종(種) 의 대결은 물론 그 사이에 항상 등장하는 정체성 어정쩡한 캐릭터, 즉
<블레이드> 시리즈의 '데이워커' 블레이드 같은 주인공이 뱀파이어를 다룬 이 영화 <데이브레이커스>에도 등장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뱀파이어 영화와 구별 되는 <데이브레이커스>의 독특한 특징은 뱀파이어라는 적대적이고 강력한 전설 속 소수의 종의 등장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해 뱀파이어로 변해버린 인간들을 그 구심점에 세웠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피를 마시며 햇빛에 노출되면 타버리는 등 익히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특성은 가지고 있되, 전혀 다른 종이 아닌 바로 얼마 전
인간에서 비롯된 뱀파이어들이란 것이죠. 때문에 지극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추악하기까지 한 뱀파이어 군상들을
상영시간 내내 한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데이브레이커스>는 표면적으로 SF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러가지로 무리가 있는 설정입니다.
놀랄만한 최첨단 기술이 등장하거나 몸을 사리지 않는 현란한 액션도 이제껏 본 적 없는 화려한 CG도 없습니다.
에단 호크, 윌리엄 데포, 샘 닐 등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들의 등장 만 보더라도 어느정도 영화의 흐름을 예상해 볼 수 있는데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유혈낭자하고 충격적인 몇몇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밀도 있는 감정의 전달, 그리고 다소 신선한 설정과
스토리의 전개에 집중하다 보면 그저 호러 마니아 들을 위한 배려나 슬래셔 무비의 쾌감을 가끔씩 차용하는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이 주는 여운은 그리 길게 남지 않습니다.
영화의 배경이자 스토리의 기초가 되는 뱀파이어가 지배하는 세상, 엄밀히 뱀파이어가 된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우리가 어렴풋이 상상해 봤음직 한 설정인데 데이브레이커스에서는 꽤 세밀하고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사실적인 배경을 그려
공감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햇빛을 차단해 낮에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 시스템, 혈액 함량을 조절하고 혈액형을 구분해
커피를 판매하는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 스쿨존이 새벽 시간대에 설정 되어있는 학교 주변 등 그럴듯한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쉽고 빠르게 공감을 주입하니다. 이런 감독의 의도에 충실하게 따르면서 때론 뱀파이어에 때론 인간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감상한다면
그저 스쳐 지나나가는 여느 뱀파이어 영화와는 사뭇 다른 꽤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놓고 싶지않은 탐욕과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인간의 빠른 적응력은 물론, 비주류는 모두 배척하고 스스로
주류를 향해 달려가는 안쓰럽기까지한 인간성을 뱀파이어를 통해, 또 그 뱀파이어에 대항하는 또 다른 뱀파이어와 인간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 깨닫게 해 엔딩 크레딧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리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런 작품입니다.
(달튼 박사,
그는 인간미 넘치는 뱀파이어일까, 인간성을 잃은 인간일까?)
-사진 Daum영화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화 중반 이후 까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담배를 입에서 떼지 않았던 달튼 박사(에단 호크)의 모습이
인간의 피에 대한 일종의 금단증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독히도 유머 감각이 없던 에드워드 달튼 말입니다.
전 이 배역을 크리스찬 베일이나 에드워드 노튼에게 맡겼어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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