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누적 수익률 1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국내 외화 사상 첫 1천만 관객 돌파를 목표로 하는,
오바마도 봤다는 <아바타(Avatar)>를 봤습니다.
개봉한지 한참이 지났건만 아직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는 가운데 이렇게 늦게 극장을 찾게 된 이유는
바로 IMAX 상영관 확보를 위해서였죠. 제임스카메론 감독의 작품이란 것 하나만으로도 기다림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을 정도로 이미 부담스러울 만큼의 기대를 가지고 있던 영화였습니다.
△ 전국 5군데 중 하나인 CGV IMAX 상영관 대구.
(지긋지긋한 광고와 원활치 못한 3D안경의 배급 덕에 약속된 상영시간을 10분이나 넘기고 나서 시작한 점은 아쉽다.)
IMAX는 비교적 관람석의 위치가 중요하기때문에 자리 싸움이 치열해서 보름전에 예매를 한 끝에 이제야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IMAX 3D 영화는 2007년 겨울에 상영한 <베오울프> 였는데 그때 만큼 썩 좋은 좌석은 아니었지만 별 불편함
없이 관람하였습니다. <베오울프> 관람 당시에도 실감나는 영상에 신기하고 재밌어하면서 보았는데 이번 <아바타>의
비주얼은 <베오울프>를 단순한 3D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만들고 마는군요.
예고편이나 스틸사진만 봤을때는 그저 잘만든 게임 동영상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과연 IMAX 3D의 비주얼은 그 화면의 크기나
사실적인 느낌에서 압도적이었습니다.
'판도라'행성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묘사, 동작뿐 아니라 감성마저도 캡쳐한다는 '이모션캡쳐'와 '버추얼카메라' 같은 기술로
이루어진 실감나는 액션들만 가지고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저 눈앞을 훑고 지나간 순간의 쾌락으로써 직접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영화의 기술적인 완성도와 시각효과는 이미 경지에 다다른 느낌을 전해주는군요.
매번 생각하게 되는 미래의 영화는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을 할까 하는 기대감에 대한 완전한 충족이자 앞으로 IMAX 3D가
아닌 영상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영상적 혁명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폭스 코리아 All right reserved
<아바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런 시각적인 감동과 만족 말고도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느낄 수 있는 또하나의
감동이 있는데 이부분을 빼고는 <아바타>를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미래, 자원고갈로 위기에 빠진 지구의 마지막 희망인 판도라 행성에는 나비(Na'vi)족이 살고 있고
이 나비족과 똑같은 아바타를 만든 후 인간의 의식으로 조종하여 나비족에 침입한 후 그들을 설득시켜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고자 하는 지구인과의 갈등, 사랑...뭐 이런 것들이 대략의 줄거리입니다.
지구인인 인간과 판도라 행성의 주인 나비족과의 관계가 마치 우리들이 익숙하게 보아왔던 몇 장면 같은데요.
특히 '퀴리치 대령'이 이끄는 부대가 나비족의 삶의 터전인 '홈트리'를 무너뜨리자 오열하고 분노하면서도 어쩔줄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재개발지역이나 판자촌에서 쫒겨나는 철거민과도 같은 모습이어서 안타까움을 주었습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흔이 던져주는 메세지인 '세계인을 구원하는 듯 하지만 알고보면 결국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인
미합중국의 영웅 스토리' 가 아닌 점 역시 매우 신선했지만 우리가 당장 처해있는 현실, 또는 미래를 보는 듯 너무도 선명하게
오버랩되는 모습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상생을 하는 나비족에게 있어서 뛰어난 과학기술과 의료, 교육시설 등은 문화의 이기이자 혜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지금처럼 그렇게, 또 앞으로도 그렇게 자신들의 것을 믿고 지키며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화라는
명목의 개발은 이제껏 그랬듯이 스스로 헤쳐나갈 시간적 문제이지 낯선 이방인이 덥썩 쥐어주는 선물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우리 문명인(?)의 눈에는 원시인 처럼 보일지라도 말이죠.
ⓒ폭스 코리아 All right reserved
△ 퀴리치 대령, 그는 무엇을, 누구를 위해 나비족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을까.....
좀 더 비싼 카메라, 쫌 더 뛰어난 스펙의 휴대폰을 좇고, 돈을 버는 일이라면 영혼이라도 팔 것 처럼 덤벼드는 우리의 모습이 혹시
목적의식마저 잃어버리고 오로지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하는 퀴리치 대령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지금처럼 인간이 살기 위해 자꾸만 지구를 파헤치는 일이 지구를 죽이고 결국 인간마저 스스로 죽이는 일은 아닌지....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이 결국 우리 인간을 보호하는 일 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네요.
환경을 파괴하건 자연을 보호하건 어짜피 둘 다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의 결과지만요.
끝으로, 모든 것이 철저한 검증과 사전 조사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불도저와 같은
밀어붙이기 정신으로 땅 파기와 벽돌 쌓기를 즐겨하시는 어떤 분께서 이 영화를 꼭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삽을 드는가.
이런 '개발'이 초록별 지구의 색을 곧 생기 잃은 회색빛으로 물들이지는 않을지....
아직도 여운이 남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판도라는 상상 속 남의 행성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30여년 전 외계인을 향해 머신건을 휘갈기던 시고니 위버의 여전사의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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