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난 말야.이런저런..

콩밥, 또는 '콩밥'의 추억

레드™ 2009. 1. 9. 08:49

  

 

 

백미 없이 잡곡만 먹다가 오랜만에 흰쌀밥을 지었습니다.

그냥 검은콩만 넣은 흰쌀밥이 먹고 싶어서.

 

콩밥이라고 하지요.

 

 

 

 돼지고기를 갈아 볶은 고추장과 참기름 한 두 방울만 있으면

다른 반찬은 생각 안납니다.

 

 

 반찬 없을 때 딱이죠.

 

 

 이것도 아주 좋습니다. 꼬들꼬들한 꼴두기젓 .

뱃속을 헤엄치기에 혼자는 외로우니 두마리를 나란히 올립니다.

이놈들이 쌍으로 밥도둑질을 합니다.

 

 

 어릴적엔 죽어라 먹지 않았던 콩밥.

몸에 좋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아님....그저 나이를 먹어서 일까요?

 

콩밥이 좋아졌어요.

 

요즘 아무리 좋은 전기밥솥이 있어도 콩은 물에 불려두었다  밥을 지어야

푸~욱 익어 포실포실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쌀과 좋은 콩으로 막 지은 밥, 반찬 투정을 왜 해요.

 

 

이쯤에서....

콩밥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위 사진의 맛있는 콩밥이 아닌 잠재의식 속의 '콩밥'

 

흔히 감옥살이 하며 먹는 밥을 콩밥이라고 하죠.

저도 이 험한 세상을 불혹 즈음 살다보니 딱 한번 그 '콩밥'이란걸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물론 교도소는 아니고 어찌어찌해서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적이 있습니다.

잠자는 머리맡에 변기가 있는....

남자분들 한번쯤 경험있지 않나요???  아님 말구요..^^;;;;

경찰공무원이시던 아버지가 저를 집어 넣었다면 이해가 안가시겠죠?ㅎ

 

암튼..자고난 다음날 아침에 유치장으로 아줌마 한분이 밥을 가지고 오셔 창살 틈으로 넣어주시는데...

그게 바로 공기밥에 단무지 한접시....

'콩밥'은 그렇게 제게 처음으로 다가왔습니다.

 

근데 밥공기 위에 뚜껑처럼 포개져있던 단무지 접시를 들어올리니

콩밥이 아니라 그냥 쌀밥이었습니다.

 

콩이 가득 들어있는 구수한 콩밥을 기대했건만...

 

단무지 한조각을 빨며 눈물이 앞을 가려 한수저 뜨려는데

마음씨 고운 유치장 고참(?)들이 사식으로 받은 진수성찬(?)을 같이 먹자고 부르더군요.

어찌나 기쁘던지....

 

그렇게 유일무이 '콩밥'체험이 있었습니다.

 

1993년 즈음의 일인데요.벌써 15년 전이네요.

지금은 어떻게 밥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그냥 흰 쌀밥에 단무지 세조각 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영양실조를 염려해 실제 콩밥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콩밥'이라는 단어가 감옥밥의 대명사가 됐구요.

 

구수하고 맛있는 콩밥을 오랜만에 해 먹었더니 갑자기 '콩밥'의 추억이 떠올라서 그만....

굳이 필요없는 경험이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