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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결말, 인물들의 상관관계 및 이해

레드™ 2010. 12. 26. 18:22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지독한 과음으로 푹 쉬고 싶은 일요일, 아내의 손에 이끌려 비몽사몽간에 도착한 영화관. 2시간 3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의 <황해>라는 영화를 고르고 한 잠 푹 자기로 맘을 먹는다.

 

그런데 이게 왠걸? 주인공 구남(하정우)의 '개병'이 어쩌구...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 긴 시간을 한 순간도 눈을 못떼게 만들고 결국 집중을 유도하는 탁월한 몰입을 가능케 했다.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 3총사의 <추격자> 이후의 재결합이 주는 의미 이상의, 아니 어찌보면 전혀 다른 영화가 주는 또 한번의 찝찝함과 가슴 먹먹함이 잔잔한 전율과 함께 <황해>를 되뇌이게 만든다. 

 

 

 

 

 


앞으로 영화를 보실 분은 아래 내용부터는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결정적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에 있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누가 누구에게 살인을 청부했으면 서로 왜 죽이려하는가 였다. 이 부분은 영화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자 가장 난해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온 후, 바로 아래층에서 식사를 마칠 때 까지 이 부분에 대한 아내와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영화를 보는 동안엔 다소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긴 토론(?)을 거친 끝에 위와 같은 그림으로 결론 내려졌다. 물론 100% 감독의 의중과 맞아떨어지는 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내가 확신하는 인물들의 상관관계는 그림에 기초하고 거기에서 실마리가 얽히기 시작한다.

 

 

젊은 은행 과장과 바람난 김교수(전 유도 국가대표이자 교수이면서 안마시술소와 룸사롱 등 7개의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거시기한 놈)의 아내는 공모를 하여 술집 웨이터를 통해  연길 브로커 면가(김윤석)에게 살인청부를 의뢰하고 면가는 다시 빚더미에 앉은 연길 택시기사 구남(하정우)에게 김교수 살해를 맡긴다. 이와 동시에 김사장(버스회사 사장이자 조폭)은 자신의 내연녀와 김교수의 은밀한 사이를 눈치채고 부하인 최이사를 통해 운전기사와 조선족을 시켜 김교수 살해를 의뢰한다. 사실 김사장과 구남은 서로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 이 일을 할 브로커는 면가가 유일하다는 김사장과 그의 부하 최이사의 오해 때문에 면가에게 일을 부탁받은 구남을 제거하여 증거를 없애려고 했기에 일이 꼬임. 최이사가 일을 똑바로 안했기 때문... 

 

 

 

선혈낭자한 장면들과 흉기를 휘두르는 극사실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에 가려져 영화의 본질이 흐려지는 경향을 의식하고 감상한다면 나름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정도 스케일의 드라마가 겨우(?) 남녀간의 치정이 원인이란 점과 모든 시초가 한국으로 일하러 떠난 아내에 대한 의심과 걱정 때문이란 부분은 언뜻 허무하기까지 하지만 어찌보면 그보다 더 현실적인 설정도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피해자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그 고통과 충격을 스크린을 통해 통감했던 <추격자>에 비해 훨씬 잔혹한 장면들에 무감각해지기까지 한 <황해>는 분명 <추격자>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작품이다. 쫒는 자와 쫒기는 자의 일방통행이 전작의 흐름이었다면 <황해>는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군상들이 쫒고 쫒기는 서로의 본분을 상실하거나 쓸데없는 생각이 빚어낸 무섭도록 지극히 현실적인 개병[犬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