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떠들기

★ 내가 바다하리를 내심 응원한 이유

레드™ 2008. 9. 27. 23:04

난 오늘 K-1월드 그랑프리 파이널16강전의

7번째로 열린 최홍만과 바다하리의 경기에서

마음한켠 물론 최홍만의 승리를 기대했지만

내심 바다하리가 이기기를 바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홍만보다 잘생겨서가 아니다.

K-1이라는 격투 이벤트를 좋아하는것이지

최홍만이란 한국 선수를 좋아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홍만이라는 체격대비 실력이 부족한 선수가

하드웨어만을 앞세워 자꾸만 다음 라운드로 진출을 한다면

이어지는 경기가 재미 없어지고 맥빠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압도적인 신체와 출중한 실력, 게다가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춘 세미슐츠도

야유를 받고있는 마당에 더이상 애국심에만 호소하기엔 최홍만의 입지가 너무 좁아졌다.

 

실력을 제대로 갖추고 화끈한 경기를 보여준다면야

애국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를 응원했을것이다. 

 

더구나 오늘 경기에서의 모습은 실망을 지나 절망적인 모습으로

그나마 그를 응원하던 팬들을 안타깝게했다.

 

홈그라운드의 잇점 따위는 애초 바라지도 안았다.

적어도 프로선수라면 링바닥에서 쓰러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관중의 박수를 끌어내야 한다.

 

오늘 최홍만의 모습은 무언의 은퇴선언과 다를 바 없었다.

더이상 맞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그럼 은퇴해야한다. 맞지 않으려면....

 

그와는 대조적으로 16강전 맨 처음을 장식한 루슬란카라에프와

마지막을 멋지게 매조지한 피터아츠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가 일구어 낸 승리는 관중들과

나처럼 다섯시간을 TV앞에서 보낸 이들의 시간을 아깝게 하지 않았다.

 

오늘경기는 원매치로, 시간을 끌든 판정으로 가든 이겨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만하면 되는 경기였다.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않고 얼굴로 받아내며 주먹을 던지는 그들의 파이팅이야말로

K-1을 좋아하는 팬들에대한 보답이었다.

이는 곧 선수생명의 연장으로도 이어진다.

그런 선수들에겐 세대교체란 말이 무색하다.

 

 

 

최홍만의 벌겋게 피멍으로 물든 옆구리가 비춰졌을땐

내 옆구리에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안타까웠다.

물론 바다하리라는 최강의 상대였지만

변변한 주먹한번 못 뻣고 그나마 럭키펀치로 뺏은 다운이 무색하게

일방적으로 밀린경기였다. 3라운드 무승부도 과분하다.

나중에 연장전 포기의 이유를 밝히겠지만

아마 본인의 의지뿐아니라 세컨의 의사도 반영됐을것이다.

인간적으로 충분이 이해할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졌던 최홍만의 모습.

그리고 경기전 "훈련양은 분명 부족했지만 정신력은 더 다져졌다.

모든걸 링위에서 표현하겠다. 경기가 끝나고 이야기하자."던 그의 인터뷰에서

또한번 배신감을 느낀것이다.

 

그가 군대를 가든 안가든, 랩을 했건 춤을 추든 격투기팬 입장에선 그리 중요하지않다.

훌륭한 경기만 보여준다면 정당한 이유라는 조건에서 그런 경기 외적인 문제는 이해할것이다.

 

K-1이란게 사실 일본에서 건너온 그리 탐탁치만은 않은 스포츠이벤트지만

어짜피 전세계가 즐기고 있는 것이라면 거기에서 우리의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면에서 가장 선봉장으로 서 있던 최홍만의 실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의 무너짐(사실 몰락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은

화끈하고 재밌는 외국 선수들이 즐비한 속에서 씁쓸함을 더해준다.

 

오늘은 정말 아쉬움이 컸던 최홍만.

당연한 얘기지만 K-1에 계속 서기 위해선 실력과 정신력을 더 키워야 할것이다.

수준낮은 선수를 수혈받아 생명만 질질 끌어갈수는 없지않겠는가.

그래도 같은 피가 흐르는 우리는 당신을 계속 응원할것이다.

그 표현이 환호가 되든 야유가 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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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 쓰고 나서 갈비뼈 골절로 경기를 포기했다는 기사를 봤다.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간다.

하지만 골절을 떠나 실망스런 경기였음을 부인할수는 없다.

완쾌와 더불어 보다 나은 경기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