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 이 주는 행복 /막 떠들기

아내의 생일에 더 이상 미역국을 끓여주지 말자.

레드™ 2008. 4. 23. 09:52

 다음달이면 아내의 생일이 돌아온다.

 

한해 한해 빨리도 찾아오는 생일이건만

불노초를 넣어 끓인 미역국을 수년간 먹어와서 그런지

도무지 늙을 생각을 않는다.

-이 대목에서 '늙지 않는 불노초로 만든 미역국'을 검색하는 분도 있겠지만

 안나온다.

암튼 마냥 귀엽기만 한(?) 아내덕에

그냥 간단한14K 악세사리 정도로 선물을 때워도

럭셔리한 것들 보다도 잘어울리는것 같아 형편상 다행이다.

 

또 쇠고기를 넣은 미역국은 상당히 좋아하질 않기 때문에

그냥 미역만 넣고 끓여도 되니 그것 또한 여러모로 다행이다.

(아따금 굴이나 홍합을 요구 할때도 있긴하다.)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는게 아무렇지도 않은지 꽤 됐고

오히려 아내들은 그걸 자랑삼을 때도 많다.

 

'남편이 끓여준 생일 미역국'이 블로거 뉴스에 올라오면

'부럽다.난 내가 끓여 먹었다.'는 조선시대형 댓글 부터

'난 10년째 끓여주고 있다.그게 뭐 자랑이냐.'는 개척자적 댓글까지

참 여러 시대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

 

내 기준에선 이젠 더 이상 아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준다는게

아내가 감동 할 유별난일이 아닌것 같다.

뭐 혹시 신혼초라면 뭔들 감동하지 않을까만은.....

 

오히려 안 끓여 주면 이상한게 아닐까.

 

그래서 돌아오는 이번 아내의 생일엔

미역국을 안 끓여보면 어떨까.

 

아침 일찍 그냥 나가버리는 거다.

그것도 평소보다 일찍.

아내는 왠일인가 하면서 무척 서운하겠지....흐흐....

하지만 회사에 도착할때 쯤이면 감동에 젖은 아내의 목소리로 전화가 올것이다.

고맙다는......

혹시 아나. 몇년만에 사랑한다는 멘트를 들을 행운이 있을지. 

 

자, 몇년동안 미역국을 끓여주다보니 별 감흥이 없는 아내에 대한 특별 처방이다.

생일 당일 아침 일찍 말도 없이 나가되

처가로 간다. 물론 가방엔 미리 사놓은 '씻거나 불리지 않아도 되는 미역'이 있다.

그리곤 도착하자마자 주방으로 가 미역국을 끓여 장모님께 차려드린다.

물론 맛이 없어도 된다.

맛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미역국은 원래 산모가 먹는것 아닌가.

그러니 아내를 낳느라 고생하신 장모님이 드시는게 당연하다.

 

이쯤 되면 감동하지 않을 아내가 있을까?

물론 부작용도 있다.

 

수십년간 미역국은 받아 드시기만 하고 생미역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장인어른의 눈밖에 나는건 감수 해야할 일.

장인께서 물려줄 재산이 많고 아내가 첫째라면 심히 피해야 할 일이다.

다행(??)이 난 둘다 아니다.

 

이상은 아내생일 때 처가 부모님도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적은 글이다.

일어나기도 힘든 아침에 그것도 가까이 있으라는 법도 없는 처가에 가서

미역국을 끓이는게 쉬운일인가.

그냥 상상만 하고

 

전화 한통화 드려서 '사랑하는 아내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마디만 해보자.

이미 실천하고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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