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용실

고등학교 다닐 때...그러니까 80년대 후반부터 미용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무뚝뚝한 표정에 면도날을 가죽에 갈고 있는 아저씨...

키작은 꼬마를 위해 의자 팔걸이에 빨래판같은걸 얹어주는 센스...

머리를 감을라치면 타일바닥 청소하는 플라스틱 솔을 가지고 시원하라고 벅벅 문질러 주시던...

화분에 물이나 줄법한 물뿌리개로 난로위에 끓고 있는 들통의 뜨신물을 섞어서 머리에 물을 주시고....

 

이런 이발소의 서비스를 받다가 고등학교 근처 대학로 건물에, 그것도3층씩이나 되는 곳에

자리잡은 미용실을 방문하니 이쁜 누나들이 어서오시란다.

빨대 꽂은 요구르트도 공짜다.(난 그냥 껍데기 벗겨 먹는게 좋은데...)

머리도 뒤로 누워서 감겨준다.

따뜻한 물이 샤워기에서 막나온다.

 

그 때 이후로  군대 갈때 였나? 딱 한번 이발소를  가보곤 이후로 미용실만 다녔다.

어느순간 미용사들이 누나에서 동생들로 바뀌어가고

미용실도 많이 변했다.

인터넷은 기본, TV보니까 갖가지 이벤트에 고기까지 궈먹는 미용실도 있더라.

 

예전엔 미용사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는데

요즘엔 여러가지 모발용 제품 설명 듣느라 정신이 없다.

 

"어디 사세요? 몇살이세요?"보다는

"모발이 많이 약하시네요. 어머, 탈모가 진행중이네요."로 말문을 트기 시작해

결국에 미용실에서 파는 제품 선전으로 끝난다.

샴푸가 무지 좋단다.시중엔 없단다.

그러면서 결국 머리감겨 줄땐 싸구려 쓰는거 아니야?

 

뭐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 제품하나라도 더 팔아서 마진을 남기려는거야 이해한다.

하지만 전 처럼 그냥  이런 저런 얘기 하면서 머리를 하면 안될까?

 

이미용업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순전히 소비자적 입장에서 보면

그런 제품 하나 더 팔려고 하기보단

손님의 상태에 따라 그 좋다는 제품으로 개개인 처방을 내려 샴푸라도 써주는게

진짜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그때 그 머리해주던 미용사 누나는 시집가서 잘 살고 있을까?

 

그리고 오늘따라 그 옛날 삭막했던 이발소가 추억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