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통일대불을 구경하고 내려와 주차장 쪽으로 다시 올라가는길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을 발견했습니다.
얼른 달려가서 남녀노소 할것없이 줄을 서 S자로 구부러진 줄의 맨 꼬리에 계신 한 아저씨 뒤에 붙어 여쭤보니
점심을 먹으려고 서 계신다더군요.
게다가 공짜라고....
뒤에 처져 걸어오는 아내에게 얼른오라 손짓하고
시간을 보니 점심 시간입니다.
엥? 등산객, 관광객에게는 일체.....?????!!!!!!!
살짝 걱정했지만 줄서면 다 준다는군요.
자....일명' 공양간'이란 곳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이 나이 먹도록 처음 와보는 곳입니다.
이미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식사... 아니 공양 중이십니다.
저 뒤 파티션 뒷쪽도 꽉 차있습니다.
마침 배도 고프고 궁금하기도 하고 계속 앞을 기웃거려봅니다.
뭐 깨끗한 모습은 아니지만 차라리 정겨운 모습이라 자위해봅니다.
대접에 비빔밥과 국을 받아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드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사람이 있는 법.
어렵지 않게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ㅎㅎㅎㅎ
난생처음 공양을 하는데....
TV에서 본 연잎, 연근으로 정성스레 예쁘게 차려진 사찰식은 아니지만
나름 먹을만해 보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리 봐도 좀 ....ㅎㅎㅎㅎㅎ
콩나물, 미역, 얼갈이 배추가 다지만 이렇게 비벼서 한입 퍼 넣었더니 시장기가 반찬인지 맛있더군요.
오신채라 해서 수행에 방해되는 파,마늘,달래,부추,흥거(홍당무, 래디쉬 같은것)를 절에선 안먹는다죠?
밍숭맹숭한 감은 있지만 뭐든지 잘먹는 이 식성에 거침없이 입속으로 들어가더군요.
하지만 계란 후라이와 고추장이 간절히 떠 오르는건 비단 저 뿐이었을까요?
밥을 먹다...아니 공양을 하다 우연히 기둥에 이걸 발견했습니다.
'묵언'
TV에서 스님들이 공양을 하면서 절대 말을 않던 그 묵언 수행이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우리 부부를 비롯해 여기저기 시끌벅적. 공짜 점심 외에는 별 의미를 안두는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마지막에 김치로 그릇을 닦아 먹고 물을 부어 마시는 장면을 익히 보아온지라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밥풀하나 남기지 않고 국물 한방을 남기지 않고 싹 비웠습니다.
평소 집에서 이렇게 차려주면 밥상 뒤엎을 사람이 왠일로 다 먹었냐며
아내가 의아해 하더군요.
하긴 제가 생각해도 어찌 이걸 맛있게 다 먹었는지.....
그리고
마지막 설거지는 본인의 몫입니다.
이정도 수고 쯤이야......
평소 설거지는 제 몫이지만
사진을 위해 이 날은 아내가 특별히(?)어설픈 자세로 수고를 해주었습니다.--ㅋ
대용량 항균 트리오로.....
공양이라 하기엔 부끄럽지만 나름 처음 경험해본 점심 공양입니다.
비록 화면에서 보아온 화려한 색깔의 사찰음식은 아니었지만
맛을 떠나서 독특하고 재밌는 체험이었습니다.
공양을 하고 나오던 어떤분이 한 얘기가 생각나네요.
'불전함에 시주한거, 연못에 동전 던진것 등등 다 하면 엄청날텐데
밥이 이 모양'이라고..... ^^;;
절 입장료는 2,500원/인 입니다.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다른 절은 어떻게 밥이 나오는지 참 궁금하네요.
절에서 점심을 제공하는것이 인도적인 차원이겠지만
이왕 제공되는거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셨으면 싶은 마음이 들긴 드네요.
계란 후라이는 안되겠지만요.^^
밥 먹여주는것도 어딘데 이놈의 사람 욕심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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