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한 뚝배기
갖 볶은 커피콩 향기가 나거나 파스타, 또는 샐러드를 곁들인 수제 햄버거 정도 주문하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넓은 공간에 빈자리도 많았지만 어찌 앉다보니 구석탱이 창가를 선택, 주위를 둘러보니 커피 자판기에 손 씻는 곳 까지....
꼼꼼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에 대한 감탄보다는 하필이면 사람들 자주 왔다갔다 하는 자리에 앉아버렸다는 후회가 급...;;;
상냥한 인사가 끝나자 가지않고 옆에 서서 미소와 함께 주문을 강요하는 아주머니를 위해 자리 선택 만큼이나 빠른 주문을 한다.
우리가 고른 건 이 카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국밥과 막국수.
국밥의 종류, 막국수의 종류가 문제지 뭐 딱히 이 점심에 주문할 메뉴가 더이상 존재하지는 않는다.
내장국밥이다.
부추 좀 넣고 간을 위해 새우젓을 곁들였다.
내장말고도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고깃조각들도 들었는데
아, 이게 양이 상당하다. 나름 고기 킬러, 고기 마니아라 자부하는데 이건 먹다가 수저를 놓고
잠시 숨고르기를 해야할 정도다. 숨을 고르면서 문득 든 생각이, 고기가 많은 건지 아님...
식성이 예전 같지 않은 건지... 어쩌면 나이 먹은 티가 나는 건지도... 아니 아침에 뭘 많이 먹고 나왔나?
국밥 한 뚝배기 앞에 놓고 별별 생각을 해본다. 부질없이...
이렇게 고기 많이 넣어주는 건 초심을 잃지않았음 좋겠다.
비빔 막국수.
날 닮아서 아직도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 마누라.
거 먹음직스럽게 들어보라니깐 참.....
전반적으로 음식이 달다.
국밥에 단맛이 들어갔을리야 만무하지만 막국수 양념이나 반찬들은 달다.
김치도 달다.
가족중에 설탕공장을 하는 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음식은 어떠셨냐는 사장 아주머니의 설문조사에
괜찮았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답하며 계산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단맛이 좋아져서 굳이 음식이 달다고 타박하고싶지 않더라.
마누라는 나보고 늙었단다.
그러는 댁은....
나오는데 아이스크림 먹으란다.
서른 한 가지는 아니지만 꽤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바닐라, 마누라는 팥... 누가 더 늙은건데? 응?
들고 가면서 먹기도, 차에서 먹기도 그래서 식당 앞 벤치에서 봄 햇살을 즐겼다.
날이 참 좋다.
아이스크림이 참 달다.